'찔끔' 내리는 기름값... 油類稅 이대로 괜찮나

    입력 : 2016.01.27 09:26

    국제 유가 77% 떨어졌는데 국내 유가는 29% 하락 그쳐
    "現세제 서민에 부담" "다른 선진국 비해 높지 않다" 갈려


    이달 26일 자영업자 전재은(43)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주유소에서 승용차에 기름을 넣었다. 이날 주유소에 붙은 휘발유 가격은 L(리터)당 1352원. 전씨는 "초저유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국제 유가는 내려갔다는데, 일반 시민은 실감하지 못하겠다"며 "소비자에게 기름값은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급락과 달리 휘발유와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판매 가격은 '찔끔' 내리는 데 그쳐 소비자들의 원성이 나오고 있다. 2013년 2월 배럴당 111.0달러(두바이유 기준)였던 국제 유가는 이달 26일 현재 26.10달러로 77%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같은 기간 L당 1952.49원에서 1370.26원으로 29% 하락에 그쳤다.


    ◇"국제 유가 0원이어도 L당 760원 내야 한다"


    석유제품 소비자 가격 인하폭이 적은 것은 세금 비중이 높은 가격 구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름값에 붙는 세금은 기본적으로 종량세(從量稅)이다.



    가격이 아니라 소비량에 비례해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다. 국제 유가 등락(騰落)과 무관하게 휘발유 1L에 교통세와 교육세, 주행세를 합쳐 745.89원의 세금이 무조건 부과되는 방식이다. 여기에다 원유 도입 당시 붙는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이 있고 최종 판매 단계에선 부가가치세까지 덧붙인다.


    소비자 입장에선 휘발유 구입시 좋든 싫든 무조건 6종류의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다. 더구나 종량세 구조이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아무리 내려도 세금이 줄어들지 않는다. 한 정유회사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0원이라도 소비자는 무조건 76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유류세를 종량세로 전환한 것은 1996년 1월부터이다. 기름값 움직임에 상관없이 도로 건설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조치였다. 이는 기름값이 급등할 때 세금도 덩달아 치솟는 부작용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 일본·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종량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가스정책연구본부장은 "종량세의 경우 국제 유가 하락의 혜택을 일반 소비자가 누리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국제 유가 급등락시 국내 소비자 가격의 급변동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유류로 서민 부담 가중" vs "선진국보다 높지 않다"


    국내 석유제품의 소비자 가격 인하 속도가 더디자, 기름값의 65%를 웃도는 세금 비중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더구나 소득이 높으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직접세와 달리, 유류세(油類稅)는 누구나 똑같이 지불해야 하는 간접세다. 이 때문에 유류세 비중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서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소득과 상관없이 유류세는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며 "유류세가 많으면,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짜 휘발유·경유가 늘어나고 그 피해도 서민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유류세 비중(6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 유류세 비중(약 61%) 보다 더 높고 일본(52.9%)과는 12% 포인트 정도 격차가 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 안정을 위해 당장 유류세 인하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25일 "현재로선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유류세가 OECD 회원국과 비교해 높지 않고, 주요국 대부분이 유류세를 종량세로 걷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