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퇴직연금 김부장, 임금피크제 직전에 DC형 전환이 유리

    입력 : 2016.01.28 09:16

    [내게 맞는 퇴직연금은… DB·DC·IRP 가이드]


    - 확정급여형(DB형)
    회사가 운용수익 등 모든 책임… 임금 상승률 높은 대기업 직원, 사회 초년생들에게 유리


    -확정기여형(DC형)
    회사는 연금계좌에 납입만… 개인에게 운용 책임 있어 투자에 자신있는 사람에 적합


    - 개인형 퇴직연금 IRP
    세액공제 한도 늘면서 가입 몰려
    중도해지 땐 공제 세금 다시내야… 납입규모 신중히 산정할 필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송모(33)씨는 2015년 마지막 날, 급히 은행을 찾아 300만원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열었다. 재테크 좀 한다는 주변 친구들이 "조만간 연말정산 때 피눈물 안 흘리려면 개인형 퇴직연금에 가입하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퇴직연금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송씨는 "퇴직연금 300만원 공제 덕에 다행히 이번 연말정산에서 돈을 돌려받게 됐다"면서도 "일단 가입하긴 했는데, 퇴직연금 내용에 대해선 아는 게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작년부터 퇴직연금 연말정산 세액 공제 한도가 700만원으로 늘면서 젊은 직장인들의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이 대폭 늘었지만, 많은 가입자가 송씨처럼 퇴직연금 제도 내용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



    퇴직연금은 2005년 말 처음 도입된 근로자 노후 보장 제도다. 첫해 163억원에 불과하던 적립액은 2009년 14조원, 2010년 29조원, 2011년 50조원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이후에도 매년 약 20조원씩 늘어 지난해에는 누적액 126조원을 돌파했다. 어느덧 국민연금과 함께 개인이 노후를 대비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가입자들이 당장 손에 쥐는 돈이 아니다 보니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아 기본적인 사항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 회사가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지, 확정급여(DB)형인지 확정기여(DC)형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퇴직연금은 잘 활용하면 노후 대비는 물론 훌륭한 세(稅)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잘못 가입하면 가계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만큼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임금상승률 높으면 DB형, 투자에 밝으면 DC형


    퇴직연금 제도는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개인이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 시점의 월급(퇴직 직전 3개월 평균)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다. 기존 퇴직금 제도처럼 퇴직 후 받을 급여액이 미리 확정되는 방식으로, 회사가 금융사의 운용 수익률 등 모든 사항을 책임진다. 반면 DC형은 금융사 운용 수익에 따라 퇴직 후 급여액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개인이 직접 퇴직금을 운용하는 형태로, 회사는 매년 근로자의 퇴직 운용 계좌에 연봉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넣어주는 역할만 한다. 간단히 말해 DB형은 '회사 책임형', 개인에게 운용 책임이 있는 DC형은 '개인 책임형'이다.


    그간 회사와 개인 모두 안정적인 원금 보장을 중시하는 문화로 DB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회사 측은 운용 부담 때문에, 개인은 대부분 원금 보장형인 DB형의 낮은 수익률 때문에 최근 무게 중심은 DC형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저금리 기조 속에 운용 수익률이 높을수록 그나마 더 많은 급여액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DB형이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점유율이 70%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임금상승률이 높은 대기업 직원이나 아직 젊고 승진 기회가 많은 사회 초년생들은 DB형을 택하고, 투자에 자신 있는 사람이나 임금상승률이 낮은 이들은 DC형을 택하라"고 말한다.


    임금상승률이 높으면 퇴직급여 원금이 상대적으로 많고, 개인 운용 능력이 뛰어나도 수익률이 임금상승률을 뛰어넘기 힘들어 DB형이 유리하다. 다만 대기업 직장인 중에도 임금피크제를 목전에 둔 이들에게는 DC형이 유리하다. DB형은 임금피크제로 평균 임금이 줄어들면 근속연수가 늘어도 퇴직급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에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현행 퇴직연금 제도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은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은 "대세가 DC형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개인들이 미리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면서 "다만 DC형 전환은 운용 위험 부담이 생기므로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절세 효과 뛰어난 IRP… 무턱대고 가입은 금물


    DB형, DC형과 별도로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도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IRP는 쉽게 말해 자기 이름으로 된 퇴직연금 계좌인데, 여기에 퇴직금을 이체하거나 추가 적립하면 절세 혜택을 누리면서 노후 준비도 동시에 할 수 있다.


    IRP에는 이직·퇴직 시 받은 퇴직금을 보관했다가 나중에 연금으로 받는 퇴직 IRP, 개인이 수시 적립하며 세액 공제도 받고 연금 자산도 늘리는 적립 IRP, 10명 미만 사업장 근로자가 가입하는 기업형 IRP가 있다. 특히 최근 연말정산 세액 공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적립 IRP에 가입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크게 늘었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세액 공제 한도가 합계 700만원까지 늘었는데, 개인연금 세액 한도는 400만원으로 제한되면서 개인연금만 가입해있던 이들까지 지난해 대거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하지만 절세 혜택만 바라보고 무작정 가입한 이들은 곤란에 빠지기 쉽다. 퇴직연금 수급 대상은 55세 이상인데, 당장 연말정산 때 득을 보겠다고 가입했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개인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고스란히 연금에 넣는 30대 직장인도 나오고 있다. IRP도 중도에 해지하면 그간 공제된 세금 이상을 다시 내야 한다. 회사원 A(33)씨는 "월급이 300만원인데 매달 60만원씩 연금에 부으면서 생활비가 모자라 심지어 은행 대출까지 했다"고 말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는 "퇴직연금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자신에게 맞는 퇴직연금 유형과 납입 규모를 스스로 잘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