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서민 21만명 빚 부담 더 줄여준다

    입력 : 2016.01.29 09:31

    [금융위, 채무조정 감면 확대]


    원금 감면율 50% 획일 적용했던 신복위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가용소득 따라 30~60%로 차등
    행복기금도 추가 감면 혜택… 취약계층은 최대 90% 원금 탕감, 연체 우려땐 사전 상담·지원도


    서민들은 한번 신용을 잃게 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빚을 덜어내야 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상황에 빚 갚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열심히 살려는 서민들의 경우에는 부채를 일부 탕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는 그동안 '소득과 관계없이 같은 금액을 갚는' 획일화된 제도를 유지해왔다.


    금융위가 28일 내놓은 '서민금융 지원 대책'은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서민들의 채무를 맞춤형으로 조정해주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가용소득 수준에 따라 채무원금 감면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신용대출 연체 방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민들이 추가로 빚을 감면받을 길을 터준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개선 방안으로 매년 약 21만명의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이 채무조정 감면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매년 약 21만명이 추가 채무 감면 혜택


    이날 발표된 지원 대책의 핵심은 채무 감면을 탄력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대상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원금을 감면받는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들이다. 작년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 지원을 신청한 사람은 9만1520명이다. 이 중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원금 일부를 줄여주는 개인 워크아웃 신청은 7만6098명이었다. 개인 워크아웃은 연체 기간이 90일 이상 경과된 채무 불이행자이면서 총 채무액이 15억원 이하인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가 개인 워크아웃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데, 연체 이자 및 이자 전액은 감면되고 원금(상각채권의 경우)은 50%를 감면해준다. 남은 빚 원금은 최장 10년 이내 장기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신용회복위는 지금까지는 채무자의 소득 등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원금 감면율을 50%로 적용했다. 앞으로는 채무자의 가용소득(채무자의 월 소득에서 생계비를 차감해 산출) 수준에 따라 원금 감면율을 30~60%로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채무 원금이 3300만원이고 월 가용소득이 36만원인 A씨가 있다고 하자. 얼마나 원금을 감면받을 수 있을지 알려면 A씨가 돈을 얼마나 상환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상환지수(채무원금/가용소득)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데, A씨의 경우는 이 상환지수가 92다. 이 지수를 신복위가 자체 마련한 원금 감면율 공식에 입력하면 가용소득을 고려한 A씨의 감면율은 58%가 된다. 즉, 지금까지는 기계적으로 50%만 감면받았는데 앞으로는 원금을 58%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A씨가 감면율 50%를 적용받을 때는 갚아야 할 원금이 1650만원(3300만원의 50%)인데, 새 제도에 따르면 1386만원으로 줄어든다. 금융위는 연 6만명이 채무 조정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1인당 평균 90만원가량씩 추가 감면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행복기금 채무 조정 과정에도 같은 제도가 도입된다. 지금까지 원금 감면율은 30~50%였는데 앞으로는 30~60%로 높아진다. 국민행복기금을 운영 중인 자산관리공사는 연 11만명이 채무 조정을 한다고 봤을 때, 최대 7만6000명이 총 1200억원의 추가 감면 지원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 119'라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동안 채무 조정을 받은 후에도 돈을 갚지 못하고 연체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연체가 발생했을 때 또 빚을 내어 연체를 갚는 '악순환'에 빠지곤 했다. 앞으로는 은행권이 '신용대출 119'라는 공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신용대출 만기 전에 연체가 우려되는 채무자를 추려내 상담·지원을 하게 된다. 금융위는 이 프로그램으로 약 5만3000명이 사전에 연체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령자 등 취약계층 지원도 확대


    현재는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에게는 원금 감면율을 70%까지 적용했다. 앞으로는 채무 원금이 1000만원 이하인 취약계층에 한해 신복위와 국민행복기금에서 감면율을 90%까지로 높여준다. 매년 3만9000명이 추가로 최대 280억원 더 감면받게 된다.


    이 외에도 은행·저축은행에서 '맞춤형 채무 조정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정밀 평가하는 등 채무 조정을 더욱 신속히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신용회복위·국민행복기금에서는 취약계층의 재기를 위해 '법률지원단'을 구성, 법원 채무 조정과 연계하는 서비스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맞춤형 채무 조정과 채무 조정 신속화 서비스를 받기 위해 채무자가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다"면서 "재기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