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29 09:38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6%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대 성장'이라는 정부의 성장 목표치를 넘지 못한 것으로 2012년(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도 사실상 '저성장 기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나라 밖 글로벌 경제 상황도 암울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과 중국의 G2 리스크 증가, 엄격한 환경 규제 등으로 기업 활동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 불안이 세계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는 올해 화두를 혁신으로 삼고 새로운 도약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 모색 작업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저성장 기조 속에서 '바이오'라는 신성장 동력을 밀고 있다. 정보기술(IT)에 이어 바이오 테크놀러지(BT)도 세계 최강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21일 인천 연수구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3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9만7000m²의 터에 들어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규 공장에는 총 8500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가동 중인 제1공장과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인 제2공장에 이어 2018년 9월 제3공장이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능력 기준으로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생산 전문기업(CMO)으로 도약하게 된다. 국내 기업이 가장 취약점을 보이던 헬스케어와 제약산업에서도 세계 1위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를 '질적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글로벌 경영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 경기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 시장 불안 등으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2016년 시무식에서 "메이커 간 경쟁 심화와 자동차의 전자화에 따라 산업구조적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올해 경영 방침으로 '산업혁신 선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제시했다.
LG그룹은 올해 승부수를 '선도 기술'에 걸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마곡 사이언스파크 건설 현장을 찾아 타워크레인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의 'R&D(연구·개발)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사업과 에너지·자동차 부품 등 신성장 사업 분야 연구 인력 2만5000여명이 들어올 예정이다. 구 회장은 "LG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올레드(OLED), 모바일, 생활가전,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과 같은 주력 사업과 성장 가능성이 큰 자동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신성장 사업 분야에 기술 개발을 집중,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그룹의 차세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신(新)에너지' 분야를 선정하고 이를 위해 그룹 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을 설치했다.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장 겸 SK E&S 대표에게 초대 단장을 맡겼다. 추진단은 그룹 내 신에너지 분야 싱크탱크로서 그룹 차원의 중장기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초보 단계의 신에너지 사업을 하는 그룹 관계사에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앞으로 '에너지 신산업 성장 특별위원회'로 확대 개편된다.
최 회장의 주도로 인수한 SK하이닉스는 어려운 업황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18조7980억원, 영업이익 5조3360억원(영업이익률 28%), 순이익 4조3240억원(순이익률 23%)을 기록해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그룹은 올해도 기존 주력 사업인 에너지·통신·반도체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차세대 성장 전략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선언했고, 그 후 삼성은 반도체·스마트폰·텔레비전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며 "그러나 요즘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마누라, 자식까지 바꾼다는 자세가 필요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