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03 09:49
투자자·자문사 연결 플랫폼에서 클릭 몇 번으로 자문계약 가능
개인 자산관리 시장에도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신생 핀테크 업체들이 기존 은행·증권회사와 손잡고 핀테크 자산관리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평범한 일반 투자자들도 저렴하게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핀테크 기업 '두나무'는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인 '맵(MAP)'을 발표했다. 맵은 삼성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피데스자산운용, 퍼시픽투자자문 등 10여개 운용사·자문사와 제휴해서 고객 성향에 맞는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특히 최소 가입 금액을 500만원까지 낮춰 누구나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수수료는 기존 투자 일임 서비스의 절반 수준인 1% 정도다.
◇'핀테크'로 낮춘 자산관리 진입장벽
두나무가 자산관리 문턱을 낮추고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IT를 통해 소액 투자자와 투자자문사를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자문사 입장에서도 마케팅·고객 관리 비용을 줄이고 리서치와 자산운용 전략 수립 등 자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나무 송치형(36) 대표는 "주변에 알고 지내는 수백억원대 자산가들이 자녀를 낳자마자 아이 명의로 투자자문사에 수억원을 맡기고 곧 그 돈이 불어나는 것을 봤다"며 "반면 평범한 대중에겐 자문·일임 서비스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는데, 온라인으로 자문사를 바로 연결해주는 식으로 그 문턱을 낮추려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핀테크를 이용해 자산관리 문턱을 낮추는 서비스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로보 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의 등장이 눈에 띈다. '로봇'과 '자산관리 전문가'의 합성어인 로보 어드바이저는 온라인 설문으로 투자자의 위험 성향을 파악하고 투자 목표를 세운 다음 고객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이어 그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를 실행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를 조정하기도 한다. 고객 수를 대폭 늘리면서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이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 'QV 로보 어카운트'를 출시했다. 삼성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핵심 기술인 '투자 성과 검증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은행권에선 최초로 쿼터백과 손잡고 로보 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쿼터백 R-1)을 출시하며 핀테크 자산관리에 나섰다. 핀테크 업체 에임(AIM) 등은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 수요 증가… 투자자 보호해야
이렇듯 핀테크 자산관리가 늘어나는 것은 저금리 시대에 투자 방향을 제시해주는 서비스에 목마른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투자자문·일임 시장은 매년 급속히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문회사·증권회사·선물회사의 투자 자문·일임 서비스 규모는 2012년 말 74조원에서 지난해 121조원으로, 64% 성장했다.
기존 투자자문사의 자문·일임 서비스는 최소 1억원 이상 고액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핀테크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운용 자산 500만원대 소액 투자자들도 이 같은 서비스를 받을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웰스프런트, 베터먼트 등 스타트업이 로보 어드바이저 사업에 뛰어들면서 미국의 자산관리 수수료인 1%보다 훨씬 싼 0.15~0.35% 수수료만 받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 문턱이 낮아진 투자자문·일임 서비스를 누구나 쉽게 이용하려면 온라인으로도 쉽게 가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투자일임은 반드시 대면(對面) 계약으로 체결해야 한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핀테크 발달로 자산운용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개인 정보에 관한 법률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아직 정교함이 많이 떨어지는 로보 어드바이저의 신뢰도도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