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05 09:43
'가치 투자 전문가' 최웅필 KB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
삼성·미래에셋과 함께 국내 자산운용업계 3인방으로 성장한 KB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최웅필(45) 상무는 남다른 주식 고르는 눈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스타 펀드매니저다. 국내에서 가치주 투자 선두 주자로 꼽히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가치주 펀드를 운용한 '이채원 키즈' 중 한 명이다. 2009년 11월 KB자산운용에 스카우트돼 KB밸류포커스 펀드를 만든 이후 남다른 운용 실력을 발휘했다. 이 펀드는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이 115%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2.4%)을 압도하고 있다. 그에게 요즘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할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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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익성이나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상대적으로 싼 종목,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주식을 찾아 투자하는 '가치투자가' 최웅필 KB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요즘 시장에 거품이 너무 많이 끼어 있다"며 "지금 남들이 좋다는 주식에 투자하면 마음은 편할지라도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박상훈 기자
- 투자자들로선 간담이 서늘한 한 해 출발을 했다. 지금이야말로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바겐세일' 기간인가?
"종목 나름이고 펀드 나름이다. 비싼 종목은 아직 굉장히 비싸다. 농심, 오뚜기 같은 음식료 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 이 값이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본다)이 30배도 넘는다. 그런 주식은 지금 살 수 없다. 좋은 기업을 사야 하지만, 얼마에 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PER이 100배가 넘는 셀트리온을 사라고 권할 수 없는 것처럼, 적정한 가치에 대비해서 가격이 얼마나 합당한지를 꼭 따져봐야 한다. 지금 사야 할 주식은 경기를 타지 않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으면서 독자적인 시장 지위를 갖고 있는 저평가된 기업이다."
- 작년엔 식음료주 인기가 매우 좋았다.
"PER이 45배란 얘기는 원금을 회수하려면 4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럴 바엔 차라리 정기예금에 드는 게 낫다. 주식을 오래 보유하려고 할수록 싸고 좋은 기업을 사야 한다. 주가가 싼 시점에서 사야 한다는 얘기다. PER이 10배 정도면 1000만원을 투자해서 1000만원을 회수하는 데 10년밖에 안 걸린다. 연평균 10%의 수익률이 날 수 있는 이런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물론 영업이익이 1000억원 남짓한 오뚜기의 이익이 계속 증가해 1200억원, 1400억원을 벌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면 주가가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1000억원 버는 수준이라면 PER 40배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 제약·바이오주의 인기는 올해도 계속될 것 같은가.
"지금 좋은 것,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편승해 투자하면 당장은 마음이 편하다. '이 분야는 앞으로 성장할 거야'라는 컨센서스가 있다면 단순히 투자하기도 한다. 우리 시장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모든 시장이 그랬다. 그래서 버블(주가 거품)이 자꾸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함정과 위험은 많이 고려 안 하는 것 같다. 막상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렸는데 생각보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생각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많아져서 제품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생각보다 이익을 많이 못 만들어낸다면…. 이렇게 되면 주가가 10분의 1토막이 될 수도 있고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다. 요즘 국내 주식시장에선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을 많이 안 하는 것 같다."
- 요즘 같은 땐 뭐로 돈 벌어야 하나.
"경기가 곧 살아날 것도 아니고. 기존 굴뚝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도 희박하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다시 예전처럼 좋은 시절을 만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 업체, 전기차 업체 같은 새로운 성장산업에 대한 기대가 크고 많이 의존하려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버블이 많이 끼여 있는 기업들이 계속 성장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 같지도 않다. 2000년대 초반 일어났던 인터넷 버블이 꺼진 지금, 남아있는 기업은 네이버뿐이다. 버블이 형성되면서 산업이 크기는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은 버려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중국 관련주로 비싸게 거래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경계해야 한다. 결국 다시 펀더멘털로 회귀하는 게 답이다. 탄탄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면서 아직 가격이 싼, 많이 소외됐던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 그런 기준에서 고른 주식이 게임회사 컴투스인가?(컴투스는 KB밸류포커스 펀드의 투자 비중 1위 기업이다.)
"컴투스가 요즘 분기에 500억원씩 번다. 그간 상당히 저평가돼 있었는데 추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게임을 최근 출시했고 이게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걸로 보인다. 게임 개발 노하우도 쌓여 플러스 알파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체력을 가졌다. 게임 개발은 기본적으로 고정자산 투자가 필요 없는 비즈니스다. 충분히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받을 수 있는 회사임에도 PER이 10배 수준이다. 40배인 오뚜기와 비교하면 더욱 사야 한다는 결론이다. 1년에 1000억원 이상 현금이 쌓이고 있고, 현재 갖고 있는 현금도 3000억원에 달한다. 좋은 물건만 있다면 M&A(인수·합병)를 통해 회사가 더 성장할 수도 있다. 게임산업은 이미 구축된 산업이다. 바이오와는 다르다. 바이오는 성장할 걸로 기대를 하는 것이지, 아직 산업이 형성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형 게임 개발업체 중 살아남은 곳은 몇 개 안 된다."
- 요즘 가치주 투자자들이 게임·모바일 업종을 편애하는 것 같다.
"네이버가 물론 밸류에이션은 높다. PER이 40배 넘는 상황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상당히 경쟁력 있다고 본다. 동영상 광고 등 돈 벌 수 있는 비즈니스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르진 않아도 안정적으로 매출이나 이익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펀드 내에서 컴투스 비중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들린다(투자 비중이 5%다). 하지만 우리는 이 회사가 제2의 네이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주가가 110만원대라 다시 사고 있다. 모바일이나 반도체나 추가로 돈을 더 벌긴 힘들지만, 분기당 영업이익이 5조원은 되기 때문에 연간 20조원 정도 버는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PER이 10배 이하라 밸류에이션이 비싼 수준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할 때도 주가가 20~30%는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