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05 10:03
[오늘의 세상]
초저금리 시대, 기업 움직임도 바뀌었다
버핏, 유로화 채권 처음 발행… 30억달러 조달… 중국도 동참
성장 침체 우려에 몸 사리기도… 유럽 기업 현금 1318조원 쌓아둬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과 투자자들도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뭉칫돈으로 자금 조달을 하는 사례가 늘고,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급증했다. 그러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을 끌어안고 향후 경제 상황을 관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①유럽에서 거액 빌리기 유행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중국에서 유럽까지 가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유행이다.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30억달러를 조달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일상이 된 유럽에서 미국보다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중국전력망공사, 중국건설은행,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조선업체) 등 대기업이 앞다퉈 유럽에서 거액을 가져왔다. 아시아 최대 부호인 리카싱 회장이 이끄는 홍콩 재벌그룹 허치슨왐포아, 인도네시아 정부도 유로화 채권 발행을 크게 늘렸다.
②M&A가 왕성해졌다
M&A가 활발하게 벌어지는 것도 저금리가 촉발한 현상이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비용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M&A 규모(인수 금액)는 5조200억달러(약 6016조원)로 처음 5조달러를 넘었다. 100억달러가 넘는 블록버스터급 거래만 67건에 달해 재작년의 2배에 가까웠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 해외 M&A에만 재작년보다 70% 늘어난 904억달러(약 108조원)를 썼다. 저금리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주류회사 아사히가 미국 음료기업인 토킹레인을 500억엔(약 5090억원)에 사들이고, 도쿄해상화재보험이 75억달러(약 8조9900억원)에 미국 보험사 HCC를 인수했다.
③그래도 현금을 쌓아둔다
여전히 세계 경기가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초저금리에도 기업들이 몸 사리는 모습도 여전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내 기업들(금융회사 제외)이 쌓아놓고 있는 현금은 지난해 1조1000억달러(약 1318조원)에 달했다. 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자금을 모으기 쉽지만, 성장 흐름을 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투자 실행에는 주춤하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유럽 기업을 중심으로 직원들에게 약속한 퇴직연금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회사 중에서는 보험사들 고민이 크다. 저금리 탓에 고객들로부터 걷은 막대한 보험료의 운용 수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유럽 보험사들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보험 가입률이 낮은 동남아·중동·남미 등 신흥국가로 진출해 기회를 얻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