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패스트폰 써... 가성비 좋으니까"

    입력 : 2016.02.15 10:37

    ['루나' '쏠' '갤럭시 J7' 'Y6'… 大勢가 된 통신社 전용폰]


    프리미엄폰 대비 20~50% 저렴
    스마트폰 자주 바꾸고 싶어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
    통신社, MWC서 전용폰 발굴나서


    패션 업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유행과 유사한 현상이 스마트폰 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는 유행에 따라 빠르게 제작돼 즉시 유통된다는 의미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 불린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통신업체들이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좋은 '패스트 폰(fast phone)'을 기획해 판매하는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


    ◇중저가 패스트 폰 득세


    패스트 패션은 의류업체가 생산부터 소매 유통까지 직접 관리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자라(ZARA), H&M 등이 대표적이다. 유통 단계를 대폭 줄여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에 비해 우수한 원단과 디자인, 품질을 갖추고 있어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갤럭시J7' '쏠' 'Y6' 등 각 통신사의 전용폰 유통 과정도 이와 닮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휴대폰 시장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 폰들은 통신사가 직접 기획한 뒤 제조업체와 계약하고 생산을 위탁해 공급받는다. 중간 유통 마진이 줄기 때문에 한 대에 100만원을 오르내리는 '프리미엄 폰' 대비 가격이 20~50% 싸다. 프리미엄 폰과 비슷한 부품을 쓰기 때문에 성능도 큰 차이가 없다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평균 사용 기간은 14개월로 조사됐다. 1년2개월마다 스마트폰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셈이다. 프리미엄 폰을 사서 오래 쓰기보다는 새 폰으로 자주 바꾸기 좋아하는 사람은 중저가 폰을 택하는 것이 비용 부담이 덜하다.


    ◇통신사 전용 폰으로 잇따라 성공


    국내 패스트 폰 시장을 열어젖힌 것은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국내 회사 TG앤컴퍼니와 공동 기획해 출시한 전용폰 '루나(LUNA)'다. 대만 폭스콘에서 생산한 이 폰은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추고도 가격은 40만원대로 책정했다. 24개월 약정을 맺고 공시지원금(보조금)을 받으면 월 4000~1만원 할부로 구입 가능하다.


    이 제품은 통신 3사 중 SK텔레콤만 단독으로 판매했는데도 출시 3개월 만에 15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체 구매자 중 70%는 10대 후반~30대였다. 김성수 SK텔레콤 SD(스마트 디바이스) 본부장은 "실속형 스마트폰이 유행과 성능에 민감한 젊은층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30만원대 전용폰 '쏠(Sol)'을 내놓아 또 한 번 히트를 쳤다. 쏠은 출시 일주일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KT도 전용 폰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11월 말 KT가 단독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J7'은 출시 50일 만에 누적 판매 10만대를 돌파했다. 갤럭시J7 출고가는 37만4000원으로 약정 요금제에 따라 공짜 폰으로 구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중국 화웨이와 손잡고 초저가 스마트폰 'Y6'를 기획해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15만4000원에 출시한 이 제품은 한 달 만에 2만대 이상 팔렸다.


    ◇MWC에서도 패스트 폰 발굴나서


    패스트 폰은 통신사와 제조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제품이다. 패스트 폰은 제조사가 이미 개발·판매하는 모델에 각 통신사가 몇몇 기능을 덧붙이고 디자인을 일부 바꾸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완전히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는 개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통신사들이 일정한 판매 물량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달 22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서도 패스트 폰 발굴에 나선다. MWC에는 중국의 샤오미·TCL알카텔·레노버·메이주 등과 프랑스의 '국민 폰'으로 불리는 '위코 퓨어' 등 국내시장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스마트폰이 전시된다. LG유플러스의 김준형 단말기 담당 상무는 "MWC에는 여러 스마트폰 업체의 제품 라인업이 모두 공개된다"면서 "가성비가 좋아보이는 제품을 찾아서 국내 출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