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IT 하드웨어 이어 소프트웨어까지 약진

    입력 : 2016.02.16 09:21

    - M&A에 자체 개발까지
    UC브라우저·오페라 등 세계 점유율 2·4위 업체 인수


    -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이미 위협적
    한국, 소프트웨어 주도권 뺏기면 기기 납품하는 종속관계 될 수도


    스마트폰을 비롯해 IT(정보기술) 하드웨어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기업들이 이젠 소프트웨어 분야에까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의 화웨이·레노버·샤오미 3개 업체 점유율을 합치면 이미 애플을 넘어설 정도로 하드웨어에서 중국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들 중국 업체가 이젠 차별화를 위해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외국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합병(M&A)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소프트웨어 공략 본격화하는 中 기업들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용 인터넷 브라우저(접속 프로그램)에 주목하고 있다. 브라우저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쓸 때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구글의 경우 '크롬' 브라우저에 이메일 '지메일'이나 앱(응용 프로그램) 장터 '구글플레이' 등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넣고 있다.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 치후360·쿤룬 등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노르웨이의 인터넷 브라우저 업체 오페라(Opera)를 12억달러(약 1조453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이름과 같은 브라우저 '오페라'는 가볍고 작동 속도가 빨라 스마트폰에 적합한 브라우저로 주목됐다. 또 브라우저의 무선 데이터 소비량을 줄이는 기술을 갖고 있어서 아직 인터넷 통신망이 발달하지 않은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에 알맞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중국 IT 기업들이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M&A는 대부분 하드웨어 분야에서 일어났다. 하이얼의 GE 가전 사업 인수, 레노버의 스마트폰 제조사 모토롤라 인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기업의 오페라 인수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한 신호탄이라고 IT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중국은 계속해서 자국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모바일 기기용 운영체제(OS) 경쟁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OS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새로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다. 운영체제를 장악하면 모바일 기기를 통한 결제에 수수료를 물리거나, 자사(自社) 서비스를 기기에 기본 탑재해 사용자를 늘리는 등 막대한 이점을 챙길 수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에 탑재되는 운영체제 'TOS+'를 발표했다. 음성 인식, 간편 결제 등의 기능이 있는 OS다. 스마트폰은 물론 미래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등에서도 텐센트의 OS가 광범위하게 쓰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격 파괴'로 유명한 샤오미 역시 안드로이드를 변형해 만든 자체 운영체제 '미유아이(MIUI)'를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LG경제연구원 전승우 선임연구원은 "미유아이를 자주 업데이트해 소비자들이 늘 새 제품을 쓰는 듯 느끼게 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중국에 종속당할 수 있어"


    중국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급속히 키울 경우 한국 기업들엔 위협이 될 수 있다. 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인 삼성전자조차도 여전히 소프트웨어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2014년 자국 브라우저 업체 UC웹을 인수했다. 알리바바는 정확한 인수 금액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시 "중국 인터넷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UC웹이 만드는 'UC브라우저'는 세계 점유율 2위로 애플 '사파리'보다 앞서 있다.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소프트웨어학)는 "하드웨어는 다른 제품을 모방하는 방식으로도 따라잡을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인재를 확보하며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대비하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에 기기를 만들어 납품하는 종속 관계가 돼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