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10% 중금리 대출 시장 '춘추전국시대'

    입력 : 2016.02.25 09:23

    은행·보험·카드사·저축은행 등 중금리 대출 상품 잇따라 출시


    - 고금리 대출 받던 5~6등급 공략
    한화생명 '스마트폰 신용대출', 작년엔 우리·신한·기업銀 등 8~9%대 금리 상품 선보여
    중금리에 대한 기준 불명확… 중신용자 상환능력도 변수 커


    중간 정도 신용등급을 지닌 고객을 상대로 연이율 10% 안팎의 신용대출을 해주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놓고 은행·보험·카드사·저축은행 등 금융업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전용 모바일 플랫폼을 출시한 이후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서도 잇따라 중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중금리 시장에 너도나도 가세


    한화생명은 24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는 직장인 대상 '한화 스마트 신용대출'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대출한도는 300만~3000만원이며, 금리는 연 4.5~13.5% 수준인 전형적인 중(中) 금리 대출상품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해 중위 등급(5~6등급 수준)의 우량 고객을 발굴할 수 있게 됐다"고 상품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중금리 시장을 개척한 것은 P2P(개인 대 개인) 업체들이다. P2P는 돈이 필요한 사람을 선별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을 빌려주는 핀테크 업체다. 대출자가 10% 내외의 이자를 내면, P2P업체는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4~5%대의 은행권 저금리 아니면 연 20~30%대의 저축은행·캐피털·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의 고금리로 양분돼, 10% 내외의 중금리 대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P2P업체들이 2~3년 전부터 이 금리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면 2금융권을 찾아가 고금리 대출을 받는 중신용자(5~6등급)를 대상으로 합리적인 금리를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중금리 시장(5~6등급 대상) 규모는 52조5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시장의 29.4%를 차지한다.


    지난해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논의되면서 이 중금리 시장에 은행도 뛰어들었다. 인터넷은행이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중금리 대상을 확보하고, 지점을 운영할 필요가 없으니 아낀 비용을 대출 금리 낮추는 데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은행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은행(위비뱅크)을 필두로 신한은행(스피드업직장인대출), KEB하나은행(이지세이브론), 기업은행(아이원직장인스마트론)에서 최고금리가 8~9%대인 중금리 전용 대출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은행이 중금리 시장을 넘보자 저축은행과 캐피털사도 기존 대출상품보다 금리를 5~10%포인트 낮춘 중금리 상품을 출시했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 JT친애저축은행의 '원더풀 와우론', NH농협캐피탈의 'NH이지앤퀵론'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는 출시 7개월여 만에 대출 500억원을 넘어서고, SBI저축은행의 '사이다'가 출시 두 달여 만에 대출 250억원을 기록하는 등 중금리 상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밀한 신용평가 시스템 필요


    다만 중금리가 확고히 자리 잡아 양극화된 금리의 중간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전문가가 아직 많다.


    우선 중금리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다. 은행권은 10% 미만의 5~9%를 중금리로 보는 반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는 보통 10%대를 중금리로 본다. 또 중금리 대출 상품을 주로 이용하는 '중간 등급 신용자'들의 부채상환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기 힘들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우리은행 위비뱅크의 경우, 지난 7개월간의 연체율이 상호금융업계 전체의 평균 연체율(2.19%)보다 높은 2.29%로 나타나면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밀어붙이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세종대 김대종 교수는 "신용이 높은 사람들은 확실하게 연체율이 낮고,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연체율이 확연하게 높아서 그에 맞는 금리를 산정하기가 쉬운 반면, 중간 등급의 신용자들은 변수가 많아 연체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며 "고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이 개발되어야만 중금리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