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큰소리 친 '콜버스', 되레 진입장벽 친 '규제버스'

    입력 : 2016.02.26 09:28

    "택시·버스 업계가 제살 깎으며 영업할까"
    기존 택시·버스업자만 허용하고 전세버스 등 신규사업자는 봉쇄
    아이디어 낸 벤처 "문닫을 상황"


    시범 서비스는 전세버스로 해놓고… - 심야에 서울 강남역에서 신생 기업 콜버스랩의 스마트폰 앱으로 버스를 부르는 모습. 현재 강남구·서초구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콜버스는 전세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22일 규제 개혁 차원에서 발표한 '심야 콜버스 허용' 방침이 사실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존 사업자들의 이권을 보호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봉쇄하는 규제 강화 조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콜버스란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 시간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미니 버스로 태워주는 일종의 '카풀' 서비스다. 서울 강남 인근의 직장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소문을 타고 있으나 '불법 영업'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콜버스 허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신산업 성장을 막는 규제는 일단 물에 빠트리고 꼭 살릴 것만 살려야 한다'는 대대적인 규제 개혁 방침을 천명한 뒤 나온 '제1호 규제 완화' 조치였다. 하지만 정부의 콜버스 허용 발표가 나오고 4일이 지난 현재 정작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고 사업을 시작한 벤처기업인 콜버스랩은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토부의 발표 내용이 기존의 택시·버스 면허가 있는 회사만 사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신규 사업자는 등장하지 못하게 진입 장벽을 쳤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25일 입법 예고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 규칙 개정안'은 '버스·택시 등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면허를 받은 사업자는 버스 또는 택시 업종과 무관하게 심야 시간에 운행할 수 있는 한정 면허를 받아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형식적으로는 심야 콜버스를 허용하는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버스·택시 면허를 받은 사업자'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신규 사업자 진입을 봉쇄하는 규제 강화 조치이다. 이 때문에 국내 최초이자 현재 유일하게 콜버스 서비스를 하고 있는 '콜버스랩'은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버스·택시사업자 면허가 없기 때문이다. 콜버스랩은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서초구에서 25인승 전세버스 4대와 계약해 무료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심야에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이런 실시간 정보를 모두 모아 즉석에서 버스 노선을 만드는 서비스다. 예컨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치역으로 가는 승객과 강남역에서 분당으로 가는 승객이 있으면 고속버스터미널~강남역~대치역~분당의 노선을 만들어 두 명을 모두 태워 목적지 근처 정류장에 내려주는 식이다. 심야 시간에 버스가 끊기고 택시도 안 잡힐 때 유용한 운송 수단인 셈이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콜버스는 서울 전역과 주요 도시로 퍼져 나가기 직전이었다. 그러자 택시와 노선버스 업체들이 "콜버스가 불법 영업으로 우리 승객을 뺏어간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이번 조치로 유일한 사업자인 콜버스랩은 물론이고, IT 기술을 활용해 새로 이 사업에 진출하려는 신규 사업자의 진출도 봉쇄됐다. 콜버스랩이 사업을 지속하려면 전세버스 업자들과 거래하는 현재 사업 방식을 청산하고, 택시·버스 회사와 손잡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콜버스' 사업 자체를 강하게 반대해온 택시·버스 회사들이 콜버스랩과 제휴할지는 미지수다. 콜버스랩의 박병종 대표는 "택시와 노선버스 회사들은 가만히 있으면 다 자기 손님이 되는데 뭐하러 비용을 더 들여서 새로 콜버스 사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면허 사업자가 아닌 업체가 콜버스 서비스를 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의 배석주 대중교통과장은 "전세버스 운전기사가 밤에 심야 버스를 운행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낮에 학원 버스를 또 운행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