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2 09:51
1~2월 상장한 7개 종목 株價 일제히 상승… 공모가 대비 86% 오른 종목도
작년 하반기 상장한 기업 42%, 현재 株價 공모가격보다 낮아
주관사가 공모가 높게 잡은 탓도
올 1~2월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국내 증시도 부진한 모습이지만 연초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주 시장만큼은 '증시 한파(寒波)'에서 비켜나 있다.
코스피 지수는 2월 말 현재 연초 대비 2.2% 떨어졌고, 코스닥 지수도 4.5% 하락했다. 그러나 1~2월 기업공개(IPO) 후 상장한 7개 종목은 모두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가 상승했다. 이달 초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가방 제조업체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이 공모가 대비 53% 상승한 것을 비롯해 큐리언트(86%), 아이엠텍(66%) 등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6개 종목도 일제히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과열됐을 때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자들은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는 물론 공모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도 유심히 살펴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연초부터 공모주 청약 열기
통상 연초는 공모주 시장 비수기다. 신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상반기(1~6월) 실적이 나오는 7월 이후에 상장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상장 추진 기업들은 성장하는 기업들이라 보통 전년보다는 실적이 나아지는 추세인데, 좋은 상반기 성적표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공모가를 올리는 데 유리하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 제출부터 상장까지 3개월 안팎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보통 연말에 신규 상장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벌어진다. 작년엔 신규 상장 기업(73개) 가운데 35개(48%)의 상장이 11~12월에 몰렸다. 이런 연말 상장 쏠림 현상이 올해는 거꾸로 연초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작년 말 일부 기업이 상장 쏠림 현상을 피해 올해 초로 공모 일정을 미뤄 예년과 달리 연초 공모주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2월 신규 상장 업체 숫자는 지난해 1개(포시에스)에서 올해 7개로 늘었다.
연초 해외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ELS(주가연계증권)의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도 공모주 시장에 눈을 돌렸다. 차량용 반도체 유통업체인 유니트론텍의 청약 경쟁률은 1113대1에 달했다. 작년 12월 상장 계획을 미뤘다 재도전한 바이오 업체 안트로젠은 청약 경쟁률 1443대1에 청약 증거금으로 2조4000억원 넘는 돈이 몰렸다. 안트로젠의 경쟁률은 작년 7월 아이쓰리시스템(1507대1) 이후 최고치다.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년 하반기 상장사 절반은 주가 하락
올해 상장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작년 하반기에 상장한 기업 중 상당수는 여전히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상장한 57개 기업 가운데 24개사(42%)는 주가가 떨어지면서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미래에셋생명 주가가 공모가 대비 44% 떨어진 것을 비롯해 제너셈, 하이즈항공, 칩스앤미디어 등의 주가도 하락률이 40~50%대를 기록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에 약 6조7300억원이 몰렸던 더블유게임즈도 공모가(6만5000원)의 절반 수준인 3만5000원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이렇게 된 데는 전반적으로 증시가 침체한 것도 원인이지만, 작년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과열됐을 때 상장 추진 기업과 증권사가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인 탓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적정한 공모가와 공모 물량을 산정해야 할 상장 주관 증권사들이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작년 하반기 KDB 대우증권이 상장을 주선한 종목 8개 가운데 5종목(63%)의 주가가 내렸고, 한국투자증권도 7개 종목 중 5개(71%)가 하락하는 등 대부분 상장 주관 증권사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상장사들의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증권사들이 평판에 타격도 입은 만큼 올해는 상장 주관 증권사들의 공모가·물량 산정이 더 정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