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만능통장·해외시장... 금융업계, 새 길 뚫어야 산다

    입력 : 2016.03.04 09:29

    [조선일보 96 창간특집]


    한국 금융은 올해 '가보지 않은 길'에 발을 내딛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모바일뱅킹의 증가, 홍채나 지문, 손바닥 정맥 등을 활용한 거래 인증 등 핀테크(금융과 IT기술의 결합)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또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이 도입되고, 모범 규준 해제 등으로 비슷비슷한 붕어빵 상품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무한 경쟁이 펼쳐진다. 전대미문의 1%대 기준금리 환경에서는 어제나 오늘 하던 방식으로 금융회사들이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나라 밖으로는 현지화 전략을 강조한 새로운 해외 진출 시대가 열리고 있고, 사상 초유의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환경과도 맞서야 하는 처지다. 금융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들은 이런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핀테크 시대, 반발자국이라도 앞서가야


    금융그룹들은 핀테크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앞서가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은행 창구라는 전통적인 거래 방식을 넘어서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신한은행은 작년 12월 창구 직원과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도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모바일 전문은행 '써니뱅크'와 무인 점포 '디지털 키오스크'를 선보이면서 손바닥 정맥을 인식하는 기술을 활용해 생체 인식 개인 인증 시대를 열었다. 은행에 가지 않고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 것은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22년 만이다.


    KB금융그룹은 핀테크와 디지털금융을 총괄하는 미래금융부를 신설했고, 홍채와 손바닥 정맥 인식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09년 한국 최초의 스마트뱅킹용 앱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모바일뱅킹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이미 캐나다에서는 '1Q Bank'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문·안면인식 등 생체 인식 개인 인증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중에 홍채 인식을 활용한 개인 인증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특히 인터넷뱅크인 '위비뱅크'를 통해 온라인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초에 서비스를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과 간편 송금 서비스인 위비모바일페이를 활용해 모바일 메신저에 받는 사람의 이름, 휴대폰 번호, 보낼 금액만 입력하면 송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규제 풀리면서 경쟁은 더 격화된다


    자동이체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계좌이동제가 작년 10월부터 시행되고, 다음 달에는 '만능통장'이라고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출시된다. 보험사들은 금융 당국이 강제하던 모범 약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정부의 금융 개혁으로 칸막이와 족쇄가 사라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금융사들은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구현하는 복합점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시작한 은행·증권 복합점포는 현재 총 16개에 달한다. 작년 9월에는 국내 최초로 '은행·증권·손보·생보' 4개 계열사가 입점한 복합점포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은행·카드 등 계열사를 통합하는 금융권 최초의 통합 멤버십 '하나멤버스'로 고객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말 출시 후 3개월여 만에 가입 회원 수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계열사의 포인트를 합쳐서 신용카드 결제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과 저축은행 등 계열사 간 연계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보험 계열사의 경우, 모범 약관 폐지에 따라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작업에 따라 우리투자증권 등을 매각한 바람에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를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삼성증권 등과 협력하고 저축은행중앙회와 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활로를 찾고 있다.



    한국 금융, 해외에서 활로 찾아라


    하나금융그룹은 2025년까지 전체 수익 가운데 글로벌 비중을 40%까지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현재 총 24개국에 진출해 국내 금융사 가운데 진출한 국가 수로는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데, 수익 면에서도 최고를 노리고 있다. 최근 출시한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1Q 트랜스퍼)는 수취인의 은행이나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핀테크형 해외송금 서비스다. 현재는 필리핀에 송금하는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으나, 조만간 호주·인도네시아·중국·캐나다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의 경우 KB캐피탈과 KB국민카드가 라오스의 한국계 기업인 코라오 그룹과 손잡고 합작법인 KB 코라오리싱을 설립, 라오스 자동차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KB캐피탈(51%)과 KB국민카드(29%)가 지분을 투자하고 KB국민은행이 할부금융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사례다.


    1968년 은행권 최초로 일본 도쿄에 해외 지점을 개설했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우리파이낸스미얀마 지점을 개설하면서 국내 은행 최초로 20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 우리은행은 해외 네트워크를 3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은 현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수한 현지 직원을 양성해서 영업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국 금융을 대표하는 금융그룹들이 핀테크, 규제 완화, 해외 시장 확대 등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에서 분발해야 금융 산업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