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4 09:43
구글이 변하고 있다. 구글은 PC 시대에 인터넷 검색 업체로 출발해 세계시장을 제패했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역시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이제는 인공지능·가상현실(VR) 회사로 변해가는 중이다. 최근 진행된 구글의 인사이동과 조직 개편을 보면 이런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선 검색 서비스를 총괄해왔던 아밋 싱할(Singhal) 수석부사장이 지난달 말 구글을 떠났다. 싱할은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만든 최초의 검색 프로그램을 개선해 오늘날의 구글 검색 서비스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를 담당했던 빅 군도트라 전 수석부사장, 선다 피차이 현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구글의 기술 부문을 이끈 '인도계 3인방'이었다. 2014년 군도트라에 이어 이번에 싱할까지 떠나자 "구글의 한 시대가 저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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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의 개발자 대회인 '구글I/O' 무대에 오른 클레이 베이버 부사장이 가상현실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블룸버그
싱할에 이어 검색 서비스를 총괄하게 된 존 지아난드레아(Giannandrea) 부사장은 인공지능 전문가다. 웹브라우저(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업체 '넷스케이프'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고 인공지능 벤처기업 '메타웹'을 창업한 경력이 있다. 2010년 구글이 메타웹을 인수하면서 구글에 합류해 여러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일을 해왔다. 지메일(Gmail)에서 컴퓨터가 편지 내용을 분석해 자동으로 답장을 제안해주는 기능, 구글 포토에서 사진을 자동 분류하는 기능 등이 그의 주도하에 개발된 것들이다.
구글이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을 발탁한 것은 핵심 사업인 검색에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식당을 검색할 때 이용자의 과거 이용 기록이나 식성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아주는 것이다. 현재의 구글 검색은 정보를 중요도 순으로 배열하는 방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많은 정보 중에서 사용자들이 많이 찾아본 것, 자주 인용된 것들을 우선적으로 검색 결과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각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도 구글의 새로운 사업 분야다. 구글은 1월 가상현실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클레이 베이버(Bavor) 부사장을 책임자로 선임했다. 베이버 부사장은 구글이 2014년 시작한 저가형 가상현실 안경 '카드보드'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참여했던 인물이다. 지메일·구글독스(docs) 등 각종 앱(응용 프로그램) 디자인도 맡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상현실을 전담하게 된 것이다. 베이버 부사장은 "회사 안에서 가상현실에 열광하는 괴짜(nerd)로 통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구글은 PC·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가상현실 기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나와 있는 가상현실 기기들은 대부분 영상 콘텐츠를 재생하는 '본체'가 필요하다. 스마트폰·게임기 등으로 재생하는 영상을 머리에 덮어쓰는 기기로 보는 것이다. 구글이 개발 중인 기기는 이와 달리 정보 처리용 반도체와 카메라 등을 갖추고 자체적으로 영상을 재생하는 형태로 알려졌다.
현재 판매 중인 카드보드는 골판지로 만든 간이식 기기다. 가격도 20달러(약 2만4700원)에 불과하다. 가상현실을 대중화하기 위해 염가형 카드보드를 선보인 뒤 보다 본격적인 기기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베이버 부사장은 최근 "누구나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추가로 공개할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