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처럼 포장한 대출 사기 주의보

    입력 : 2016.03.07 09:32

    파산하거나 없는 저축銀 내걸고 홈페이지 만들어 서민 현혹… 돈 보내면 전화번호 바꾸고 먹튀
    위법성 보여도 대응 쉽지않아 정부 감독 사각지대에서 활개 "인가받은 곳인지 꼼꼼히 확인을"


    '(제일저축) 정부 지원으로 가벼운 5% 금리. 당일 최대 5000만원까지! 조회 이력 없이 행복 두 배.'


    서울 관악구에 사는 60대 A씨는 최근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신용 조회 없이 5%대의 낮은 대출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해 전화를 걸었다. 회사 이름을 '제일저축은행'이라고 소개한 상담원은 "최근 대부업법 법정 최고 금리가 낮아져서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우선 대출 수수료 30만원을 보내라"고 말했다. 이상한 느낌이 든 A씨는 전화를 끊은 뒤 인터넷에서 '제일저축은행'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 제일저축은행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영업정지가 된 곳이었다. 다행히 A씨는 사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저축은행'이란 이름에 현혹돼 두 눈 멀쩡히 뜬 채 사기를 당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파산한 저축은행이나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은 저축은행을 사칭해 서민들의 돈을 떼 가는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찰청과 합동으로 이 업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저축은행 사칭하는 금융 사기꾼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이란 간판을 내걸고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대표 번호까지 만들어 공개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사기꾼들이 이미 문을 닫은 저축은행 간판을 내걸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 다음 "수수료로 10만원을 선입금하면 저리(低利)로 대출해준다"며 불법 영업을 하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6일 오후 기자가 A저축은행 사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화면 오른쪽 한쪽에 '오늘의 금리'라면서 정기예금은 2.7%, 정기적금은 2.4%를 준다고 안내돼 있었다. 심지어 홈페이지 아래쪽에는 '금융 사기 유의사항 안내'라는 코너도 있다. 홈페이지만 봐선 진짜 저축은행의 홈페이지 같아 보인다. 이런 사이트에서 안내하는 대표 번호로 전화를 해보면 신용대출, 소득담보대출, 우량고객대출, 부동산대출 등이 전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공하고, 낮은 대출금리를 받는다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대신 수십만원 단위의 수수료를 먼저 내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수수료를 내거나 예·적금을 들기 위해 돈을 보내면 홈페이지 주소나 대표 번호를 바꾸고 사라지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주소로 찾아가 보면 정부에서 인가받은 정상적인 저축은행이 영업 중인 곳이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해서 실제 영업 중인 저축은행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금융회사를 사칭한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이들이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가된 금융사가 아니어서 금감원의 검사·감독권한 밖에 있다. 금감원도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수사기관에 통보만 할 수 있다. 수사기관은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는 이상 일일이 불법 업체를 찾아다니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위법성이 보여도 대응이 쉽지 않다. 홈페이지 폐쇄는 인터넷진흥원 소관이고, 대표 전화는 '사적 재산'에 속해 폐쇄에 약 한 달이 걸린다고 한다. 그동안 피해자는 늘어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갈수록 지능화되는 유사 수신 업체 등에 대한 효율적인 적발을 위해 금융권과 수사기관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저금리로 대출을 받거나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공한다는 곳을 이용하려는 금융 소비자들이 있다면 이들이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곳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자신이 이용하려는 곳이 불법 업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금감원 홈페이지에 접속해→화면 오른쪽 '맞춤메뉴'를 클릭한 뒤→민원인 카테고리에서 '제도권금융회사조회'에 들어가면 된다. 금감원 김상록 팀장은 "금감원 홈페이지에 나온 제도권 금융사 목록에 없다면 불법 업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