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애용하면 자동차보험료 할인

    입력 : 2016.03.09 10:20

    - 다양해지는 자동차보험
    보험 가입자의 운전 습관 따라 보험료 차등 적용 상품 잇따라
    T맵 활용 운전자 최대 5% 할인… 규제 풀리면 상품 더 다양해질 듯


    보험사 간에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보험이 빅데이터(big data) 등 IT(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 횟수, 운전 습관 등 보험 가입자들의 생활 양식까지 보험료 산정 자료로 활용된다. 차종, 운전 경력, 사고 이력, 교통 법규 위반, 운전자 연령, 운전자 범위 등이 자동차 보험료 산정의 주된 요소였으나, 습관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요소까지 계량화해서 개인별로 보험료를 차등화한 다양한 보험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8일 KB손해보험은 국내 최초로 대중교통 이용 금액에 따라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대중교통 할인 특약'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동부화재는 SK텔레콤과 협업해 보험 가입자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UBI(usage based insurance) 자동차 보험'을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알리안츠사가 1995년 상품 규제가 풀어지면서 보험료에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한 이래 영·미권에선 다양한 상품이 일반화돼 있다"며 "우리나라 보험 산업도 천편일률적 기성복에서 개성 있는 맞춤복 형태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 이용량, 운전 습관 등을 보험료 산정에 적용


    KB손해보험 대중교통 할인 특약은 보험 가입자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교통카드를 쓴 금액이 기준을 초과하면 금액별로 보험료를 차등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이르면 4월 초부터 적용된다. 만기 1년 보험 가입 시 직전 3개월간 15만원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대 10%까지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KB국민카드·KB금융지주 등 계열사와 협력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수록 사고 위험도가 낮다는 특성을 확인하고 보험료를 차등화할 변수를 추출했다.



    그러나 교통카드를 타인이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이를 막고자 KB손해보험은 가입자 소유 교통카드 1장에 대해서만 실적을 인정키로 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부화재는 통신사 SK텔레콤의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T맵을 이용, 운전자가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하는지를 측정해 보험료에 반영한다. 과속·급출발·급정거, 불법 유턴, 야간 운전 등 요소를 분석해 안전 운전을 점수화한다. 따로 동의한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거리(500㎞) 이상 운전한 결과 과속 횟수 등 정보를 기반으로 점수를 내는 식이다. 고객이 어디를 방문했는지 위치 정보는 저장되지 않는다. T맵이 보유한 800만 회원의 운전 습관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동부화재는 "유럽·미국에선 상용화된 보험 상품이다"며 "할증은 없고 우수 운전자에 대해 보험료 할인만 최대 5%까지 적용된다"고 말했다.


    흥국화재와 메리츠화재 역시 KT와 UBI 자동차 보험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동부화재 상품과 달리 별도 정보 수집 장치(OBD)를 차에 설치해 운전 습관을 측정해야 한다.


    ◇기술 발전, 규제 개혁으로 맞춤형 보험 상품 늘어날 것


    전문가들은 IT가 진보하고 보험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창의적 보험 상품이 계속 나오리라 전망한다. 보험협회 차원에서 배타적 사용권 기간을 종전 3~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보험사들이 특색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호 손해보험협회 팀장은 "보험은 대표적 규제 산업으로, 이전까지 보험사들은 감독 당국 눈치를 봐가며 신상품 개발에 소극적이었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상품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