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장벽 낮춘 한국형 헤지펀드, 인기 높지만 원금 손실 위험도

    입력 : 2016.03.11 09:56

    [7 Questions]


    한국형 헤지펀드(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이 '봄날'을 맞고 있다. 2월 말~3월 초 한 주 동안 약 800억원이 새로 유입되며 설정액이 3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형 헤지펀드란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금융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금융 당국이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1년 말 설정액 2000억원이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15배 넘게 불어났다. 작년 10월 헤지펀드 설립 요건이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낮아지며 상당수 투자자문사가 헤지펀드 전문 자산운용사로 전환하고 있고, 새로운 펀드도 속속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말 시장 규모가 약 7조원까지 성장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투자할 수 있는지,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궁금증을 7개 질문으로 풀어봤다.


    1 누구나 투자할 수 있나


    한국형 헤지펀드의 최소 투자 요건은 1억원이다. 종전에는 이 요건이 5억원이어서 개인투자자는 엄두도 못 내고 기관투자자와 고액 자산가들만 투자에 나섰다. 그러다 작년 10월 최소 투자 요건이 낮아졌다. 여윳돈 1억~2억원대 투자자들까지 헤지펀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펀드마다 최소 투자 요건이 다르고, 펀드 당 투자자 수 한도(49명)가 차면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2 시중 자금이 왜 몰리나


    진입 장벽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최근 ELS(주가연계증권) 등 대부분 재테크 상품들이 저조한 수익률로 외면받는 가운데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른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공모형·주식형 펀드에 비해 시황을 덜 타고, 롱숏(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하는 것), 이벤트 드리븐(기업공개·유상증자 등에 따른 주가 변동 활용),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매매) 등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수익률을 높인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3 어떤 상품이 인기인가


    한국형 헤지펀드는 4일 현재 총 59개다.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2011~2012년 설정된 '1세대 펀드' 중에는 설정액 2000억원이 넘는 펀드도 여럿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H클럽에쿼티헤지1호'는 설정액이 3040억원에 달하고, 안다크루즈1호(2415억원)와 교보악사매그넘(2159억원) 등도 설정액 2000억원이 넘는다. 마이다스적토마멀티스트래티지와 안다보이저에는 2월 말~3월 초 일주일간 각각 200억원, 100억원씩 몰렸다. 마이다스적토마멀티스트래티지는 2015년 수익률 1위(23.2%)에 오른 펀드다. '은둔의 투자 고수' 장덕수 디에스자산운용 회장이 내놓은 디에스 수(秀)와 디에스 지(智)는 설정 한 달이 채 안 돼 275억원, 326억원을 모으기도 했다.


    4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의미는


    처음 한국형 헤지펀드를 접하는 투자자들은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말에 안전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절대 수익이란 무조건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시장 변동에 적극 대응해 하락장에서도 연 8% 안팎의 수익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주식형 펀드보다는 안정적이라지만 헤지펀드 대부분이 레버리지(차입)를 사용하는 등 전략이 공격적이고 원금 손실 위험도 있다.



    5 올해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가


    펀드마다 수익률은 제각각이다. 올 초 글로벌 증시 쇼크로 타격을 입은 한국형 헤지펀드도 많다. 59개 펀드 가운데 24개(41%)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반면 성과가 좋은 펀드도 많다. 특히 작년 말 이후 새로 출시된 한국형 헤지펀드가 돋보인다. 작년 12월 나온 라임모히토1호(설정액 136억원)와 올 1월 출시된 파인밸류IPO플러스(설정액 210억원)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7.6%, 7.3%다.


    6 운용에 문제는 없나


    일각에서는 '일부 한국형 헤지펀드의 운용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자산이 여전히 국내 주식 위주인 데다 투자 전략도 롱숏 전략에 치우쳐 있다는 얘기다. 롱숏 전략은 요즘처럼 변동성이 높을 때 주가 예측이 어긋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고, 헤지펀드의 공매도(숏) 증가는 최근 금융시장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또 펀드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특정 펀드에 자금이 몰리거나 너무 부족하면 펀드 운용이 힘들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7 투자시 유의점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운용사와 펀드의 기본 정보를 숙지하고, 높은 수수료와 긴 환매 소요 시간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목표 수익률을 넘어서면 수익의 10~15%를 성공 보수로 떼가고, 가입·해지 시기가 정해져 있어 환매할 때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걸린다. 또 펀드매니저의 전략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커 투자 위험도 높다. 투자자는 펀드별 투자 전략, 환매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특히 설정 1년이 채 안 된 신규 펀드는 신중히 골라 담아야 한다.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금융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금융 당국이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펀드당 49명 이하만 가입할 수 있고, 최소 가입 금액은 1억원이다. 목표 수익률을 넘어서면 수익의 약 10%를 성공 보수로 떼어간다. 작년 10월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는 기존·신규 자산운용사들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