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전·월세 살어리랏다... 2월 주택 거래량 25% 감소

    입력 : 2016.03.14 09:49

    [정부 대출 규제로 아파트 시장 타격… 전·월세 거래 다시 증가]


    분양권 거래량도 20%쯤 줄어
    전·월세 거래 1월보다 33% 급증, 서울 월세 비중 처음 전세 추월
    상대적으로 대출 상환 부담 적은 연립·다가구는 별 타격 없어


    서울 종로구에서 월세 100만원짜리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이모(38)씨는 지난해 말 대출을 받더라도 서울시내에 60㎡ 규모 소형 아파트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매달 통장에 입금되는 급여의 4분의 1이 월세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까웠다. 하지만 이씨는 최근 주택 구입을 보류했다. 그는 "작년 말만 해도 집값이 떨어지겠느냐는 생각이었지만 요즘엔 불안하다"며 "담보대출을 받으면 원금도 같이 갚아야 해 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올 들어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전국 주택거래량이 5만92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8864건)에 비해 25%가 줄었다고 13일 발표했다. 최근 5년 평균(6만8000건)과 비교해도 12% 적다. 반면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은 14만건을 넘어 1년 전보다 10%쯤 늘었다. 지난해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만큼 많았다는 점에서 이른바 기저(基底) 효과도 일부 있지만 경기 불안과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전·월세로 눌러앉는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거래량 34% 급감… 단독·다가구는 늘어


    거래 감소는 아파트 시장에서 뚜렷하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를 사려고 했던 고객들이 요즘엔 월세 내도 좋으니 '반(半) 전세' 물건을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 수요는 거의 다 빠져나갔고 실수요자마저 눈치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만8000여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3분의 1 이상 줄었다. 지난 5년 평균치와 비교해도 24%쯤 적다. 서울은 40% 이상 급감했다.



    아파트 분양권 거래도 얼어붙었다. 지난달 분양권 거래량은 9726건으로 1월(1만2042건)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상대적으로 신규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지방의 감소 비율(-25%)이 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은 거래가 꾸준하다. 아파트를 제외한 연립·다세대(-1.4%)나 단독·다가구주택(2.6%)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거래량에 변동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늘었다.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17% 이상 증가했다.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전월세 거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전·월세 거래량(14만건)은 작년보다 9.6%, 전달보다 33% 급증했다. 올 1월만 해도 서울 강남권에선 "전세 수요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세 시장이 잠잠했지만, 수요자들이 다시 전·월세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전세 매물이 부족한 서울의 경우 올해 1·2월 누적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50.1%)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가격 저렴한 연립주택·빌라 선호


    최근 아파트 매매 시장이 위축되는 이유는 지난달부터 실시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아파트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핵심은 신규 담보대출의 경우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줄이고, 이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것이다. 통상 집값이 비싼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대출 금액이 늘고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진다. 현재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은 2억8033만원이지만 연립주택은 1억3879만원에 불과하다. 단독주택도 2억1909만원으로 아파트의 80% 수준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아파트 구입 리스크가 커졌다"면서 "실수요자들은 상환 부담이 적은 연립·다세대를 구입하거나 아예 반전세 주택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