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17 09:27
[청년실업 17년만에 최고치]
취업포기자도 빠르게 증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기업 활력 높이는게 돌파구
2월 청년 실업률이 1999년 6월 통계 작성 방법 변경 이후 최고인 12.5%까지 치솟으면서 '경제 불황→청년 실업률 상승→내수 부진'의 악순환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80년대 고성장기만 해도 일본은 4%대 청년 실업률을 유지하며 다른 선진국들의 부러움을 사는 고용 모범국이었다. 이 당시 미국과 영국은 15% 안팎, 프랑스는 20%가 넘는 청년 실업률로 골치를 썩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일본이 장기 저성장에 빠지자 청년 일자리 사정도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2000년대 초 10%를 돌파했고, 아예 일할 의욕을 잃은 청년층도 급증했다.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이라는 단어가 일본 사회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인데, 그 숫자는 1993년 4만명에서 2008년 64만명으로 폭증했다.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프리터족(族) 역시 1992년 79만명에서 2003년 217만명으로 늘었다.
한국도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청년 실업자뿐 아니라 취업 포기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15~29세 인구 중 취업 준비나 가사·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의 숫자는 2003년 22만5000명에서 2월 현재 35만1000명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청년 실업이 한번 만성화되면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1980년대 초반 이후 20% 안팎의 청년 실업률의 늪에서 한 번도 빠져나오지 못했고,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같은 남유럽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무려 50%에 가깝다.
일본 역시 청년 실업으로 사회 불안이 높아지며 국가 문제로 확대되자 정부가 2003년 '청년층 자립·도전 전략회의'를 발족시키고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2000년대 이후 점차 낮아져 5%까지 떨어졌지만, 주요인은 청년층 인구 감소와 단카이 세대의 은퇴로 인한 노동력 부족 같은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비슷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만성적 청년 실업난이 10~15년쯤 더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청년층 인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청년 실업률 하락은 10년쯤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20~29세 인구는 2020년까지 680만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그 이후부터 연평균 3.3%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경수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처럼 빚으로 지탱하는 좀비 기업이 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일자리가 기업 이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활력을 높여야 청년 실업난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