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경쟁력 세계 6위? 87위?... 극과 극 평가 왜?

    입력 : 2016.03.18 10:36

    증시 시가총액 기준 세계 15위… 한국 은행 6곳 200大 은행 올라
    규모·수치 측면에선 상위권


    평가 기준 제각각 신뢰성 의문
    국내 전문가들은 "30위권 안팎" "일희일비 말고 금융개혁 집중"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우간다보다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의 금융 발전 정도가 올해는 일본·홍콩·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을 앞서 세계 183개국 중 6위로 평가됐다.


    17일 IMF(국제통화기금)는 자산·거래 규모(심도·depth), 서비스 접근 가능성(접근성·access), 수익성·유동성(효율성·efficiency)의 기준을 반영해 각국 금융발전지수를 산정했을 때 한국이 세계 6위에 위치한다고 밝혔다. 작년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한국 금융시장 성숙도를 우간다(81위)보다 낮은 87위로 발표했던 것과는 완전히 상황이 역전됐다.


    어떻게 평가기관마다 이런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는 걸까. 전문가들은 평가 방식의 차이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WEF는 한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전적으로 의거한 반면, IMF는 오직 단편적인 계량 수치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각각 편향된 결과가 도출됐다는 것이다.


    한국 금융의 현재는 인터넷 뱅킹 거래가 하루 40조원 넘고 스마트폰으로 거래하는 고객이 6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재벌들이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쓰면서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후진적 측면도 여전히 남아 있다. 왼쪽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2013년 동양그룹의 부실 회사채 판매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이태경 기자·성형주 기자


    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이 30위권 안팎의 경쟁력을 가졌을 걸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평가기관의 발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금융개혁 등 금융산업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규모 등 수치 면에선 세계 6위로 평가된 한국 금융


    IMF의 연구보고서는 20가지 계량 지표들을 가중 평균해 183개국의 금융발전지수를 구했다. 1이 가장 발전된 정도를, 0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 성인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 증시 회전율 등이 평가에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1위는 스위스(0.951)가 차지했고, 호주(0.890)·영국(0.882)·미국(0.877)·스페인(0.860)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0.854로 그다음인 6위였다. 한국 아래로는 캐나다(0.847)·일본(0.827)·홍콩(0.827)·이탈리아(0.785)가 10위권 내에 들었다. 중국(0.572)은 33위였고 우간다(0.096)는 160위에 그쳤다.


    규모나 수치적인 측면에서 한국 금융은 세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작년 1월의 증시 시가총액 기준으로 우리나라(KOSPI)는 15위(1조2510억달러)에 올랐다. 외환시장도 세계에서 1% 안팎을 차지해 15위권 수준이다.


    영국 '더 뱅커'지(誌)가 꼽은 올해 세계 200대 은행(자산 기준)에 한국 은행은 6개가 이름을 올렸다. 17개 은행이 포함된 중국보다는 뒤졌지만, 일본(8개)과 별 차이 없었고 싱가포르(3개)·홍콩(2개) 등 다른 아시아 금융 선진국들을 오히려 앞섰다.


    ◇단편적 계량 지표만 반영돼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


    그러나 IMF의 결과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183개국을 비교하기 위해 공통 자료를 뽑다 보니 지극히 단편적인 계량 지표만 반영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 효율성 지수는 주식 거래량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주식시장 회전율 한 항목만 평가됐다. 한국 증시가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에게 완전 개방된 효과로 한국은 이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은 눈에 안 보이는 정보를 다루는 산업이라 단순 지표만으로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작년 WEF가 내놓은 87위란 순위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WEF는 총 8개 항목 중 7개 항목을 한국 기업인들에게 설문 조사했다. 기업 생산성 향상에 금융이 얼마나 도움 됐냐는 질문 등이었는데, 금융에 대한 기업인들의 불만이 편향적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WEF 조사에서는 15세 이상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은행 계좌가 없는 우간다가 한국(87위)보다 앞서는 81위, 성인 10만명당 현금자동인출기(ATM)가 고작 4대인 르완다가 28위에 올랐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IMF와 WEF의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봤다. 한국 경제(GDP) 규모가 세계 11위임을 감안할 때, 제조업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 금융이 세계 30위 안팎에 위치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실제 계량 지표와 설문을 반반씩 섞어 평가한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의 조사 결과 한국의 금융 경쟁력은 지난해 61개국 중 31위였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IMD 조사에 다른 나라들이 더 들어온다고 해도 한국의 30위권대 순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미래의 발전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기관 평가에 자만하거나 비관할 이유가 없고 우리에게 맡겨진 제도 개혁, 국제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