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食 대기업 발 묶인 새... 외국계 자본 韓食 영토확장

    입력 : 2016.03.21 09:49

    [외식업 中企적합업종 지정 논란]


    외국계 사모펀드 투자 확대… 갈비·부대찌개·떡볶이까지 진출
    "대기업은 안된다는 논리보다 선별 허용 등 제도 보완 필요"
    외국계 외식 회사들 "우리도 규제 받고 있다" 반론


    2013년 국내 치킨업체인 제네시스의 BHC를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인 외국계 사모펀드 TRG펀드(전 시티벤처캐피털인터내셔널)는 2014년 10월 한우 전문점 '창고43'을 인수하며 한식(韓食) 사업을 시작했다. 창고43은 인수 1년 만인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했다. 지난해 소고기 전문점 '불소식당'도 인수한 TRG펀드는 올해 프랜차이즈 업체 '큰맘 할매 순대국'(전국 450여개 매장)과 소고기 전문점 '그램그램'(전국 280여개 매장)을 추가로 인수하기로 했다. 앞으로 한식 매장만 800여개 가진 대규모 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기업 중 한식 뷔페를 처음 시작(2013년 7월)한 CJ 계절밥상의 매장 수는 2013년 3개에서 작년까지 3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세계의 올반이나 이랜드의 자연별곡도 마찬가지다. 2014년에 한식 뷔페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1년 새 각각 9개, 29개 매장이 늘어났다.


    ◇확대되는 외국계 한식 매장


    외식업이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에 의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국내 외식 대기업들이 '기어가는' 동안 외국계 외식 회사는 한식까지 급격히 확충하고 있다. 대기업은 연면적 2만㎡ 이상 복합다중시설이나 지하철역 출구 반경 100m 이내에만 출점할 수 있게 해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것이 동반성장위의 목표였지만, 외국계 사모펀드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중소기업청 고시에 따르면 외국계 펀드는 대기업이 아니다. 이는 외국계도 규제했다가는 FTA(자유무역협정) 등 국가 간 통상협정을 어길 수 있기에 정부가 뺐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외국계 사모펀드 모건스탠리는 2011년 보쌈, 부대찌개, 철판구이 등 메뉴를 주로 파는 놀부를 인수했다. 이후 매장을 급격히 늘려 작년 기준으로 1000개를 넘었다. 작년 김밥, 떡볶이, 튀김 같은 분식을 파는 프랜차이즈 업체인 '공수간' 등을 인수해 운영 브랜드도 3개 추가했다.


    ◇외식 대기업들 "외국계가 오히려 골목상권 장악"


    국내 외식 대기업들은 "우리와 똑같은 규제를 받았다면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갈비, 김밥, 떡볶이, 부대찌개, 순댓국 등 전형적인 골목상권 메뉴를 장악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5월 외식업의 중기적합업종 재심사를 앞두고 국내 외식 대기업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외식 대기업 임원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660㎡(약 200평) 규모 한식뷔페 한 곳에서 고용하는 인원만 80~100명으로 이는 중소제조업체 4~5곳이 고용하는 인원과 맞먹는다"며 "대기업들이 한식 세계화, 일자리 창출 등에 앞장서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의 외식 업체들은 "국내 대기업보단 약하지만 규제를 받고 있고, 외식업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된 것을 안 건물주들이 월세를 올려받아 비용이 많이 지출되는 문제 등을 감수하고 있다"며 "매장 수가 아닌 증가율로 보면 국내 대기업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병준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대기업은 안 된다'는 논리보다 '관광특구는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대기업 진출을 허용한다'든가 '대기업이 상권을 형성해 골목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경우 이를 평가해 선별적으로 허용한다'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