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22 09:18
[출시 1주일 만에 65만명 가입… 99%가 '신탁형' 선택]
원금 손실 위험 거의 없는 환매조건부채권 상당수 선택, 절세 혜택 큰 ELS도 인기
다음달 온라인 판매 시작되고 은행 일임형 상품 쏟아지면
2300만명 잠재 고객 투자 나설듯
올 상반기 금융·투자시장 최대 화두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ISA는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ELS·ELB)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투자하도록 하면서 매년 상품별 이익·손실을 합산해 200만원(급여 5000만원 이하 가입자는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다. 지난 14일 출시 이후 65만여 명이 가입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5만여 명이 계좌를 만들면서 납입한 금액은 3204억4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첫날인 14일(32만2990명)과 15일(11만1428명) 이후 가입자 수가 7만~8만명대로 떨어졌지만, 1인당 평균 가입액은 커지고 있다. 14일(34만원)에 비해 18일(49만원) 약 44% 늘었다. 특히 증권사를 통해 개설한 계좌의 평균 가입액은 300만원에 달해 은행(32만원)보다 훨씬 컸다. 그렇다면 ISA 계좌를 개설한 이들은 가입액 3204억원으로 어떤 금융 상품을 담았을까.
◇신탁형 "RP·ELS 선호" 일임형 "고위험·중위험 MP 인기"
ISA는 개별 투자 상품을 가입자가 직접 고르는 '신탁형', 금융사들이 가입자가 선호하는 모델포트폴리오(MP)에 따라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MP는 각 증권사가 내놓는 '투자 추천 종목 묶음'이다.
ISA 출시 첫 주 신탁형 가입자 수가 9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탁형은 일임형보다 수수료가 싸고, 계좌 개설 후 편입 상품을 결정할 수 있어 가입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강점이 있다.
각 증권사에 따르면, 신탁형 가입자 상당수는 RP(환매조건부채권)나 ELS(주가연계증권)를 선택했다. RP는 3개월 정도가 지난 뒤 증권사가 약정한 금리를 더해 되사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상품이다. ISA 출시를 앞두고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최고 연 5% 금리의 RP를 특판 상품으로 내놨다. 특판 RP 판매가 ISA 가입으로 이어지면서 일부 대형 증권사는 신탁형 ISA 가입자의 RP 투자 비중이 80~90%대인 곳도 있다.
애초 절세 혜택이 커 ISA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꼽히던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결합증권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지난달까지 이어진 홍콩 H지수 ELS 충격이 완화된 영향도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고객의 손실 확률을 줄이면서 7%대 이상 수익률을 추구하는 안정·수익 동시 추구형 ELS가 나오면서 신탁형 ISA 내에서도 ELS 비중이 10%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수시입출금식(MMDA) 예금도 비중이 높았던 반면 펀드와 정기예금은 매우 낮았다.
일임형에서는 저위험 MP보다 고위험이나 중위험 MP를 택한 투자자가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판매 금액 기준으로 적극형 MP 비중이 56%로, 중립형(24%)과 안정형(20%)보다 훨씬 높았다. 삼성증권도 "가입 계좌 수는 중위험 MP가 많고, 가입액 기준으로는 고위험 MP가 많다"고 했다.
◇은행 일임형 서비스 앞두고 "본격 경쟁은 지금부터"
ISA 출시 첫 주 실적이 그간의 마케팅 성과에 따른 것임을 감안하면 본격 경쟁은 사실상 지금부터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달부터 ISA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면 지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ISA에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일임형은 은행이 다음 달을 목표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신탁형도 특판RP 판매 등에 따른 고객 수 경쟁에서 실투자자 유치 쪽으로 경쟁 틀이 바뀌고 있다. 5월부터는 ISA 출시 초기 가입자들이 수익률이 좋지 않거나 수수료가 높다고 판단하면 다른 금융회사 ISA로 '계좌 갈아타기'도 가능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잠재 고객은 약 2300만명에 이른다. 이 중에서 중위험·고위험 상품 가입을 저울질하고 있는 투자자 상당수는 "올 6월 이후 금융시장 상황을 봐서 ISA에 가입하겠다"는 태세다. 출시 3개월 뒤인 6월 14일에 금융사별 ISA 운용 수익률이 공개되는 만큼 가입 시기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이미 가입한 이들 중에서도 일단 ISA를 통해 RP 등에 투자해놓고 나머지 상품 투자는 지켜보고 결정하려는 이가 많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금융사들은 양으로 하는 실적 경쟁보다 금융 소비자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개발·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