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23 09:45
고급 패션잡화 매출 20% 늘어
"작년엔 중국인 관광객이 70%… 요즘은 내국인이 절반 넘어"
"지난해 불황 깊어 착시현상, 대형마트는 아직 회복세 약해 본격 경기회복 말하긴 이르다"
22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4층의 한 디자이너 숙녀복 브랜드 매장. 60~70대 노부인 5명이 골라놓은 재킷을 입어보면서 30분째 쇼핑을 계속하고 있었다. 매장 매니저는 "손님 한 분이 100만원에서 150만원어치쯤 구입했다"며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요즘은 상황이 한결 낫다"고 말했다. 2층 패션 의류 매장의 배효숙 매니저는 "작년에는 20만원이 넘지 않는 옷을 딱 한 벌씩만 사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몇 벌씩 고르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롤렉스·카르티에·티파니·불가리 등 2000만원 안팎의 예물 시계와 1000만원대 주얼리 제품이 젊은 예비부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작년 1분기보다 시계·보석류 매출이 20% 가까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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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여성복 매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백화점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성장하면서 소비 경기가 풀리고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올 1분기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6% 성장했다. 이에 따라 모처럼 소비 경기가 풀리고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대형마트는 올 1분기에도 1% 남짓한 매출 성장률을 올리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백화점 高價 의류 잘 팔려… "소비 심리 바닥 찍었다" 기대감도
백화점 3사의 매출 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고급 여성 의류와 잡화, 대형 가전제품, 가구류이다.
롯데백화점은 연초부터 지난 21일까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6% 뛰었다. 매출이 0.5% 늘어나며 역(逆)신장을 간신히 벗어났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가격대가 높은 패션 잡화류 매출 성장률이 20%에 육박했고, 여성·골프 의류 매출도 15% 정도 올랐다. 정현석 영업전략팀장은 "2월까지 추위가 이어져 겨울 의류 판매량이 증가했고, 봄철을 앞두고 골프와 스포츠용품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7층 빈폴 키즈 아동복 매장의 양영희 부매니저는 "작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70%를 넘었는데, 요즘은 내국인 손님이 절반을 넘는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1분기 매출 성장률은 작년 0.1%에서 올해 5.2%로 높아졌다. 정지영 영업전략실장은 "가전·가구 등과 의류, 수입 시계 등이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날 압구정본점 지하 1층 가전제품 매장은 평일 오전 시간대인데도 50여명의 고객들이 구매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홍영 리빙 파트 담당자는 "TV와 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을 찾는 고객이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경기 바닥 탈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1%대 성장 그친 대형마트… "본격적인 회복세 아냐" 경계론도
하지만 이는 기저(基底) 효과에 따른 착시라는 지적도 있다. 작년 1분기가 재작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이어졌던 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구입하는 대형마트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업계 1위 이마트의 올 1분기 매출 성장률은 1.5%에 그쳤다. 수시로 할인 행사를 벌인 채소·육류 등 식품의 매출 증가율은 1.5%였고, 한때 판매가 늘던 가정 간편식 매출도 2.9%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롯데마트의 올 1분기 매출 성장률은 4.2%이지만, 지난해 1분기 매출이 2.7%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실적은 아니다.
이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3~4분기에 내놓은 각종 정책 효과로 올 들어 고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백화점 매출이 늘긴 했지만 전체 소비 심리가 풀렸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본격적인 회복세에 돌입한 것은 아니다"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나올 만한 정부 정책은 거의 나와 있는 상황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