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20여개 육박 홈쇼핑 난립... 정부가 칼 드나

    입력 : 2016.03.24 09:23

    롯데 등 데이터 홈쇼핑 채널들 60~70%가 재탕 판매로 메꿔
    이번주 재승인 결과 나올 듯


    20개에 육박하는 홈쇼핑 채널의 난립(亂立)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엄격한 재승인 심사' 카드를 빼들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르면 이번 주 롯데홈쇼핑 등 10개 데이터 홈쇼핑 채널〈키워드〉에 대한 재승인 심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주변 업계에서는 "이번엔 재승인 거부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홈쇼핑은 정부의 사업권 허가를 받는 채널이며, 재승인 거부는 곧 사업 기반인 방송 채널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23일 미래부의 고위 관계자는 "유명무실한 데이터 홈쇼핑 채널의 문제점을 이번에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몇 년간 그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이번엔 제대로 봐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국감에서 홈쇼핑 난립 문제에 대해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소비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심사는 17개 홈쇼핑 가운데 TV 홈쇼핑 7개를 제외한 데이터 홈쇼핑 채널이 대상이다. 500점 만점에 350점 미만을 받으면 재승인이 거부된다. 1995년 홈쇼핑 채널 제도가 도입된 이후 홈쇼핑 채널이 재승인 거부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정부의 강경한 분위기는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한화리조트에서 10개 홈쇼핑 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비공개 청문회에서도 감지됐다. 한 참석자는 "심사위원을 직접 보지 못하게 칸막이를 친 상태에서 40여분 동안 청문심사가 이뤄졌다"며 "홈쇼핑 업체들이 사회의 공익성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하느냐는 식의 공세적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초점이 되는 대목은 2개의 홈쇼핑 사업권을 가진 롯데·GS·CJ·현대백화점·NS 등 5개 기업이다. 예컨대 롯데그룹은 TV 홈쇼핑인 '롯데홈쇼핑' 채널과 데이터 홈쇼핑 '롯데원TV'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TV 홈쇼핑에서 판매한 상품을 그대로 가져다가, 데이터 홈쇼핑에서 재탕 판매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와 재방송하는 경우도 많다.


    롯데그룹은 롯데원TV의 프로그램 60~65%를 롯데홈쇼핑에서 판 상품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GS·CJ·현대백화점그룹도 70~75% 정도다. 같은 상품을 재탕해 파는 형태로 운영하면서 신규 투자나 고용이 일어나지 않고 시청자들의 불편함만 가중시킨다. 데이터 홈쇼핑 채널은 10개나 되지만 거래액은 TV 홈쇼핑의 5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실제 국내 시청자들은 홈쇼핑 채널 공해(公害) 속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한 유료방송의 주요 채널을 보면 4~22번 사이에 9개가 홈쇼핑 채널이다. 서울과학기술대의 최성진 교수는 "우리나라 홈쇼핑 채널 숫자가 선진국에 비해서도 과도하게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면밀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홈쇼핑


    TV 화면을 나눠 절반은 홈쇼핑 동영상, 나머지 영역엔 제품 설명하는 글을 노출해 물건을 파는 쇼핑 채널이다. 전화뿐만 아니라 TV 리모컨으로도 구매·결제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