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알고 드셨나요?

    입력 : 2016.03.25 09:56

    [Cover Story] 6대 시중은행 신탁형 ISA '상품 라인업' 분석


    30대 직장인 A씨는 '만능 통장'이라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활용해 미리 골라둔 한 국내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려고 은행 지점을 찾았다. 그러나 A씨는 은행 직원에게 "우리 은행의 ISA 상품군엔 그 펀드가 없으니 다른 펀드를 사는 게 어떻겠냐"는 설명을 들었다. A씨는 "ISA는 무엇이든 다 담을 수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원하는 펀드를 어느 은행이 파는지 계속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기자


    5년 동안 낸 수익금 200만원(연봉 5500만원 미만은 250만원)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는 ISA가 지난 14일 시장에 나온 지 열흘이 지났다. 은행들이 자동차와 해외여행 상품권까지 경품으로 내걸며 가입자를 경쟁적으로 모집한 결과인지, 지금까지는 은행에서만 파는 '신탁형 ISA'가 가입자가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신탁형 ISA는 금융회사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일임형 ISA'와 달리 특정 상품에 돈을 투자하라고 가입자가 은행에 지시하는 상품이다. 단, 투자 상품은 은행이 미리 'ISA용(用)'으로 정해둔 상품 중에 골라야 한다.


    신탁형 상품은 법에 따라 홍보나 가입 권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은행이 어떤 상품을 파는지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있지 않다. A씨처럼 거래하는 은행이 원하는 상품을 팔지 않으면, 은행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보를 알아봐야 한다. 투자자들의 'ISA 발품'을 줄일 수 있도록, 6대 시중은행 신탁형 ISA의 '상품 라인업'을 공수해 분석했다.


    기업은행 채권형 펀드 최다… 수수료도 절반으로 낮춰


    PB(자산관리 전문가)들 중엔 ISA에 담기 가장 적합한 상품으로 채권형 펀드를 꼽는 이들이 많다. 채권형 펀드는 오직 ISA를 통해서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해외 주식 투자 60% 이상)는 지난달 말 출시된 비과세 해외 펀드를 통해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고, 국내 주식형 펀드는 원래 수익의 대부분(배당금 제외)이 비과세다.


    ISA를 위한 가장 다양한 국내 채권형(채권혼합형 포함, 채권 투자 비중 50% 이상) 펀드를 갖춘 은행은 기업은행이었다. 교보악사 투모로 장기우량 펀드(3년 수익률 11.7%), 트러스톤 공모주 알파 펀드(11.6%) 등 지금까지 꾸준한 수익을 내온 채권형 펀드에 ISA를 위해 IBK자산운용이 새로 만든 펀드(IBK 세이브 애셋 프리미엄채권 펀드 등)를 더해 총 23개를 담았다. 기업은행이 받아야 할 수수료(판매 수수료)를 없애, 다른 은행에 비해 펀드의 총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도 눈에 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채권형 펀드 '선수진'이 탄탄한 편이다. 우리은행은 동양 하이플러스 채권 펀드(3년 수익률 10.4%) 등 21개, 국민은행은 KB 스타 막강 국공채 펀드(12.6%) 등 14개 펀드를 ISA에 골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유럽증시에 금까지… ETF는 국민은행이 强者


    해외 채권형 펀드의 경우 가장 다양한 진용을 갖춘 은행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의 ISA를 총괄하는 김효종 상무는 "올해 투자하기 유망한 상품으로 글로벌 배당주를 추천한다"며 "이런 전망을 반영해 ISA에도 글로벌 배당 인컴 펀드, 글로벌 멀티에셋 인컴 펀드 등 선진국의 배당주를 많이 담은 펀드들을 다수 포함시켰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에너지 펀드(신한 BNPP 에너지인덱스플러스 펀드), 기업은행의 중국 채권 펀드(한국투자 달러 표시 중국 채권 펀드), 우리은행의 뱅크론(담보 대출 채권) 펀드(이스트스프링 미국 뱅크론 펀드) 등은 각 은행에서만 판매하는, 특화된 영역의 펀드들이다.


    기초 자산이 되는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ETF(상장지수펀드)는 6개 은행 중 4개 은행(국민·기업·신한·KEB하나은행)만 ISA를 통해 판매한다. 만기 3년짜리 채권(KTB 지수)과 배당주(배당성장50 지수)의 등락과 연동하는 '코덱스 배당성장 채권 혼합 ETF'는 4개 은행이 모두 파는 인기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주식은 원래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서만 비과세이고 배당금에 대해선 세금(15.4%)을 내야 하는데, ISA를 활용하면 배당금까지도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어 배당주를 많이 담은 이 ETF가 유난히 인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ETF의 선택 폭이 가장 넓은 은행은 국민은행으로 타이거 유로스톡스50 ETF(유럽 증시), 코덱스 골드 선물 ETF(금) 등 다양한 지역과 원자재 등을 아울러 총 12개 ETF를 갖췄다.


    우리은행 ISA, 예금 금리는 '최고'


    ISA도 역시 적으나마 이자 착착 챙겨주는 예금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은행이 유리하다. 6개 은행 중에 유일하게 저축은행 예금을 ISA 상품군에 포함시켜 최고 금리가 시중은행 예금 금리(약 1.5%)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은 2.47%(조흥저축은행·1년 만기 기준)에 이른다. 농협은행도 농·축협이라는 특유의 조직을 ISA 상품군에 활용해 예금 금리를 끌어올렸다. 자체 경영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17개 지역 농·축협 예탁금을 ISA에 담았다. 금리는 시중은행 예금보다 약간 높은 연 1.8% 수준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ISA는 1인당 계좌 하나만 개설할 수 있고 한번 계좌를 만들면 3개월 동안은 옮기지 못하기 때문에 가입 전에 꼼꼼하게 상품군을 살펴야 한다"며 "자신의 투자 목표와 성향에 가장 적합한 은행을 찾되, 수수료 등 부대 비용이 더 들어가지 않는지를 잘 점검한 후 가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