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對 쿠팡 '가격전쟁 40일'... 현재까진 둘 다 윈윈

    입력 : 2016.03.28 10:46

    [이마트, 쿠팡 모바일 아성 허물겠다며 나서… 내막 들여다보니]


    - "손놓고 있다간 큰일난다"
    이마트 온라인몰 매출 비중 5%, 방문자수도 쿠팡의 7분의 1 수준
    모바일 쇼핑족 잡지 못하면 업계 1위 놓친다는 위기감 커져


    - 분유·커피믹스 등 싸게 더 싸게
    업체들 모두 "매출·홍보에 도움"… 모바일앱 안 쓰던 소비자도 유입
    이 기회에 시장 규모 더 커져… 계속 이어지면 출혈경쟁 우려도


    이마트가 지난달 18일 모바일 쇼핑몰을 상대로 가격 전쟁을 선포한 뒤 40일 동안 모바일쇼핑몰 시장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 업체가 각 언론사나 광고 등을 통한 경쟁을 하자, 모바일쇼핑몰을 쓰지 않았던 소비자도 관심을 쏟게 했다는 분석이다. 단, 최저가 경쟁은 출혈(出血) 경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되면 전쟁에서 아예 손을 떼는 업체가 생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처음 전쟁을 시작하면서 "기저귀를 최저가에 팔아 모바일 쇼핑몰의 아성을 허물겠다"면서 모바일 쇼핑몰 1위인 쿠팡을 지목했다. 이후 이마트는 분유, 여성 생리대, 커피 믹스 등으로 전선을 넓히며 '최저가 선언'을 했다. 쿠팡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면서도 "최저가 정책은 원래 쿠팡의 원칙"이라며 맞섰다. 티몬과 위메프는 가격 인하와 함께 할인 쿠폰을 발행하며 "할인받으면 우리가 더 싸다"고 맞붙었다.


    ◇쿠팡 고사(枯死)가 목표?


    이마트가 가격 전쟁을 선포하자 업계에선 "이마트가 작정하고 쿠팡을 망하게 하려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13조원의 매출에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거대 유통업체인 이마트가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 전쟁을 지속하면, 생활용품 최저가 판매 전략으로 성장해온 신생 업체인 쿠팡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점도 묘했다. 당시에는 "쿠팡·티몬·위메프의 모바일쇼핑몰 3사가 무리한 확장으로 적자 폭이 커지면서 투자금이 거의 다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4000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에게서 투자받은 1조6000억원의 돈을 물류센터·쿠팡맨 운영 등에 거의 다 썼다는 말도 있었다.


    티몬과 위메프 역시 2014년 각각 246억원, 290억원 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 1000억~2000억원 손실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 티몬과 위메프도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나선 상태다.


    이마트는 "공정한 경쟁을 하려는 것이지, 특정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그동안 이마트가 부족했던 온라인 쇼핑 부분을 보강하려는 취지"라며 "내부적으로 쿠팡의 빠른 성장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쿠팡은 2014년 매출이 3485억원에서 지난해 4.3배인 1조5000억원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이런 속도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쿠팡이 2~3년 내에 이마트를 추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마트의 PC와 모바일앱 방문자 수는 중복된 수를 다 합쳐도 100만명대로, 700만명대인 쿠팡에 한참 떨어진다. 이마트 온라인몰 매출은 총 13조원 중 약 5%인 7000억원에 불과하다. 해마다 10~20%씩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모바일 쇼핑족을 잡지 않으면, 유통업계 1위 자리를 언제 내줄지 모른다.


    ◇대형마트·모바일몰 모두 "가격 전쟁 효과 봤다"


    이후 40일 동안 가격 인하 경쟁에 참가한 모바일몰은 모두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는 "온라인몰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고, 신규 고객 22만여명 중 절반인 11만명이 20대 이하였다"고 밝혔다. 김예철 이마트 상무는 "10~20대 고객 유입은 이마트몰의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자평했다. 신세계그룹은 특히 같은 기간 '쓱 닷컴(SSG.com)'이란 이름으로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했다.


    쿠팡은 오히려 기저귀·분유 매출이 늘었다. 쿠팡 관계자는 "가격 전쟁 발발 이후 해당 기저귀의 한 달 매출이 전쟁 직전 한 달 매출에 비해 10% 늘었고, 분유는 2%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들이 10원, 20원 수준의 이마트 가격 할인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평소대로 소비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주간 순 방문자 수도 가격 전쟁 전 700만명대에서 전쟁이 발발한 주에 730만명으로 늘었다.


    또다른 모바일 쇼핑몰 티몬과 위메프도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티몬 관계자는 "전쟁 발발 후 2주 동안의 생필품 매출이 직전 2주간보다 17% 늘었다"고 말했다. 위메프 역시 "우리가 가격 대응을 시작한 2월 25일 이후 한 달간 매출이 직전 한 달간에 비해 19% 늘었다"고 밝혔다. 위메프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이 시작되면서 진짜 최저가가 어디인지 고객들이 인지하면서 순 방문자 수가 688만명(2월 둘째주)에서 766만명(3월 셋째주)으로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는 가격 전쟁이 모바일 쇼핑을 즐기지 않던 소비자들에게도 관심을 환기시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이 삼겹살을 10원씩 싸게 파는 경쟁을 요란하게 벌였을 때도 수요 자체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났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경쟁이 더 오래 지속돼 한 두 업체가 전쟁에서 손을 떼야 그다음부터 진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어디가 유리하다는 식으로 전망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