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력 낮은 은행, 삼성전자·현대車보다 연봉 많다

    입력 : 2016.04.01 09:30

    [오늘의 세상]


    - 시총 30大기업 평균 연봉 보니
    KB금융지주, 1억900만원 1위… 신한금융지주는 1억800만원 2위… 한국 금융 세계 경쟁력은 31위
    실적 좋은 정유·화학 대폭 인상
    롯데케미칼, 1300만원 올려 줘… 남녀 격차 2800만원→3100만원


    지난해 SK텔레콤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00만원이었다. 전년 대비 100만원이 줄었다. 이 회사가 직원 평균 연봉을 줄인 것은 연봉 자료가 DB(데이터베이스)로 남아 있는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연봉 감소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본지가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기준 국내 30대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5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1인당 평균 급여액이 감소한 기업이 5개 기업(17%)이었다. SK텔레콤 외에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평균 연봉이 준 5개 기업 모두가 국내 주력 업종의 대표 기업이었다. 글로벌 경기 장기 침체 여파가 주력 산업군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총 30대 기업에서 남녀 간 연봉 격차는 커지고 있었다.


    ◇30대 기업 중 17% 평균 연봉 감소


    주요 기업의 연봉 감소는 대부분 실적 부진의 결과였다.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을 전년 대비 100만원 줄인 삼성전자〈표 참조〉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7%, 순이익은 19%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전화 매출 부진으로 인센티브가 줄어든 결과"라고 말했다.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5% 안팎 감소한 현대차도 직원 평균 연봉이 9700만원에서 100만원 줄었다. 역시 사상 첫 적자를 낸 포스코도 8200만원이던 직원 연봉을 8100만원으로 줄였다. 지난해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37% 증가한 아모레퍼시픽은 직원 평균 연봉이 전년 대비 1200만원 줄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입사원 400여명과 기간제 사원 480여명이 신규로 포함되면서 평균임금이 낮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좋은 실적을 낸 정유·화학기업들은 직원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 지난해 연봉 상승폭(1800만원)이 가장 높았던 삼성물산은 전년 비교 대상이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았던 옛 제일모직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당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형태의 합병이 이뤄졌다.


    지난해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 조사에서 61개국 가운데 경쟁력 31위였던 우리 금융업계는 성장성의 정체 속에서도 여전히 고연봉을 유지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억900만원과 1억800만원으로 시총 30대 기업 중 1·2위를 차지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700만원과 100만원씩 올려줬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 이상 증가해 보상 차원의 임금 인상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남녀 평균 연봉 격차 3100만원


    남녀 평균 연봉 격차는 커지는 추세다. 2014년엔 남녀 격차가 2800만원 정도였으나, 지난해는 3100만원으로 300만원 확대됐다. 전체 30개 기업 중 전년 대비 격차가 확대된 곳은 20곳으로, 줄어든 곳(7곳)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여성이 더 많은 연봉을 받아가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통상임금 제도 도입에 따라 야근·휴일 근무 등 시간외 수당 액수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야근·주말 근무가 적은 여성들의 연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임금이 많은 부·차장급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같은 직급에선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장 현장 근무와 교대 근무가 많은 정유사·화학 기업 등도 남녀 격차가 컸다. 에쓰오일은 4400만원, 롯데케미칼도 4000만원 차이가 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정보통신(IT)과 공기업 분야는 연봉 격차가 적었다. IT 업계는 기획·디자인 등 여성 전문 인력 활용도가 높아 고연봉 여성 직원 숫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등기 임원·직원 연봉 격차 66배


    등기 임원과 직원의 임금 격차에서는 1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가 66배로 가장 컸다. 지난해 등기 임원 평균 보수는 66억5675만원이었다. 다만 그 격차는 2014년 82배보다 다소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은 임원 평균 29억6000만원, 직원 평균 7600만원으로 39배 격차를 보였다. 전년 32배보다 더 벌어졌다. 롯데쇼핑(31배), 현대자동차(30배), ㈜LG(28배)가 각각 3·4·5위를 차지했다. 한편 실적 부진을 겪는 현대중공업그룹은 등기 임원 연봉을 전년 대비 63% 삭감하면서 직원 연봉과 격차가 10대 그룹 중 가장 낮은 5배를 기록했다.


    ☞연봉(연간급여)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1년간의 총 급여액. 기본급, 상여금,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이익, 시간외수당을 포함한 세전(稅前) 수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