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꼼수... 금리 내리자, 수수료 올려

    입력 : 2016.04.05 09:23

    법정 최고금리 연 27.9%로 인하
    줄어든 이자 수익 벌충하려 없던 중도상환수수료 만들고 연체시 가산금리도 올려
    5~7등급 中신용자 역차별 논란


    지난달 3일 법정(法定) 최고금리가 연 34.9%에서 연 27.9%로 인하된 이후, 2금융권인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들이 평소 받지 않던 중도상환수수료를 받기 시작하거나 수수료율을 올리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로 이자 수익이 줄어든 부분을 벌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 신용대출 고객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중간 등급(신용도 5~7등급)의 대출 고객들이 '수수료 바가지'를 뒤집어쓰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2금융권, 중도상환수수료 슬그머니 올려


    중도상환수수료는 돈을 빌려간 사람이 약속했던 상환일을 지키지 않고, 일찍 돈을 갚을 경우 금융회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다. 금융회사가 예금으로 들어온 돈을 다른 고객에게 빌려주고 그 이자로 예금 이자를 충당하려고 했는데, 고객이 대출금을 예정보다 빨리 갚아 버리면 금융회사 쪽에서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런데 시중은행과 달리 2금융권 회사 중에는 그동안 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리지 않는 곳이 많았다. 2금융권은 고금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까지 일괄 적용하면 최고금리를 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2년여 만에 최고금리가 7%포인트나 떨어지면서 이자 수익이 급감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연간 400억~500억원가량 이자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대출 조기 상환 금액의 1~2% 정도인 수수료(남은 만기 일수가 길수록 높음)도 포기할 수 없는 수익이 됐다.


    일본계인 JT금융그룹의 경우, JT캐피탈과 JT친애저축은행 모두 중도상환수수료를 새로 만들거나 수수료율을 높였다. JT캐피탈은 원래 대출 금리에 상관없이 중도상환수수료율이 1.4%였지만, 최근 금리 구간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 조정하며 최대 2.8%까지 인상했다. JT친애저축은행은 개인 신용대출 상품에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었지만, 지난달 18일부터 상환 원금의 1% 내에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JT금융그룹 관계자는 "기존 대출이 아닌 신규 대출에 한해서만 중도상환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도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던 곳인데, 최근 수수료 규정을 만들었다. 이 밖에 다른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도 원래 받던 중도상환수수료를 더 올리거나, 연체 시 추가로 내야 하는 이자율(연체가산금리)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중도상환수수료나 연체 이자는 대출 고객의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무차별 적용된다.


    ◇중간등급 신용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


    2금융권 회사들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조정하거나 연체가산금리를 받는 것은 관련 규정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금융권 회사들의 이러한 '꼼수'가 "이자 수익 감소분을 중(中)신용자에게 전가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용등급 8등급 이하의 저(低)신용자는 신용대출 시 최고금리를 적용받을 때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중도상환수수료나 연체가산금리를 추가로 낼 필요가 없다. 반면 최고금리보다 5~10%포인트가량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5~7등급의 중신용자들은 중도상환이나 연체 시 수수료나 추가 이자를 내야 한다. 예컨대 1000만원을 연 27.9%로 빌린 저신용자는 이미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받은 만큼 중도 상환하고, 연체를 해도 추가 이자를 내지 않는다. 1년간 279만원의 이자를 갚으면 된다. 하지만 1000만원을 연 20%로 빌린 중신용자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까지는 7.9%의 여유가 있는 만큼 중도상환이나 연체 시에는 연간 200만원의 이자 외에 최대 79만원 내에서 수수료 및 추가 이자가 부과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의 60%가량은 중신용자들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최고금리를 내는 사람은 중도 상환을 해도 수수료가 없는데, 그보다 신용등급이 좋다는 이유로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은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