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능이 끝나고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갔다가 변을 당한 서울 대성고 학생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태에 빠진 이후 일부 학생들은 의식을 되찾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안타까운 이번 사고에서 정부의 무능력함과 언론의 부주의함이 피해자들의 아픔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이 기자, 일단 이번 사고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이번 사고는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간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강릉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변을 당한 사고입니다.
아직까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보일러 배기통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 때문인 걸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사고도 문제지만 그 이후 언론들의 보도 행태도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속보 경쟁으로 인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보도해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취재 방식도 문제가 됐는데요. 일부 취재진이 피해 학생들이 다니는 대성고 주변에서 과도한 취재 경쟁을 벌여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성고까지 찾아가서 학생들에게 “친구가 죽었는데 감정이 어떠냐”는 식의 질문을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커뮤니티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런 배려 없는 무분별한 취재를 멈춰달라는 요청까지 올라왔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죠.
[앵커]
제정신이 아니네요. 세월호 때도 이런 무분별한 취재 방식은 문제가 됐는데요. 전혀 반성이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정부의 대응도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요?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이후 한달여 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는 건 아닌지 전수점검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형은 성인이라도 아직 어른들이 챙겨야 할 청소년인데, 학교가 '설마'라 생각하며 아이를 방치한 건 아닌지 되돌아볼 거"라고 말했는데요.
학교가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여행을 가게 내버려 뒀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건데,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학교에 나가지 않는 주말에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였고, 성인이라 해도 당할 수 있는 사고였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잘못 잡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요.
지금이 12월 19일입니다. 앞으로 2주가 지나면 이 학생들은 20살이 될 거고, 2달이 조금 더 지나면 대학생이 될 겁니다. 즉, 성인이 된다는 건데 2달 덜 지났다고 이 학생들이 사리분별이 안 되는 애들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까? 피해 학생들과 학교에게 프레임을 씌우지 말았으면 합니다.
[앵커]
그러면 이 문제에 앞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기자]
아까 이 사고의 원인이 보일러 배기통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게 핵심 원인으로 규명된다면 ‘인재(人災)’로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일차적으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펜션 주인이 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이 문제를 개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시스템 문제도 있는데요. 김한근 강릉시장은 “펜션과 같은 농어촌 민박은 주로 위생 점검만 하고 보일러는 점검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즉 의무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안전 점검에 소홀했다 볼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시중에서 1만5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지만 펜션에는 설치에 대한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경보기도 없었던 거죠.
[앵커]
원인 규명과 사후 재발을 막아야 하는데,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기보다 이러한 사고를 막지 못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는 거군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다고요?
[기자]
리포트를 쓰다가 접하게 된 사실인데 일부 커뮤니티에서 피해 학생들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여초 사이트, 남성 혐오 사이트로 알려져 있어 더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일단 이 문제를 남녀 갈등으로 몰고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고 피해 학생을 조롱하는 짐승 같은 행위는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정부도 언론도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성숙한 대응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우리 제발 생각이라는 걸 합시다.
[앵커]
네, 저 역시 언론인으로서 이번 사고와 관련한 일부 언론인의 행태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한편 허술한 시스템에 화가 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시 한 번 피해 학생들에게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합니다.
이승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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