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부실회계 논란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조선 DB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부실회계 논란 등에 책임을 지고 퇴임을 선언하면서 전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 등기이사직 연임 실패에 이어 동반 불시착 하는 모습니다. 라이벌로 불리던 양대 국적기 항공그룹 수장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의 캐시카우인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문제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을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과점 대기업 집단의 체질 개선과 그룹 총수의 독단적 판단을 경계하는 등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개입이 되레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리더십이 바뀌면 아시아나항공 경영진도 교체되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격인 에어부산 경영진 교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박 회장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제출 기한을 하루 넘겨 공개한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한정’(재무제표 일부 항목에서 합리적 증거를 갖추지 못함)을 받아 시장 불신을 키웠다. 이 때문에 금호산업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고 주식시장에서 두 회사의 주식 매매가 22~25일 정지됐다.
박 회장은 전날 오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그룹은 설명했다. 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그룹의 경영 공백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룹은 이후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박 회장 퇴진 소식에 아시아나항공 주가도 요동쳤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92% 오른 35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5.05% 오른 3935원까지 치솟았다. 금호산업우(2.34%) 에어부산(2.11%) 등 다른 계열사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석태수 대표 연임안 등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 석 대표는 조 회장의 ‘오른팔’로서 한진해운 파산 때에도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있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석태수 선임안, 이사 자격 강화안 등이 포함됐다.
특히‘이사 자격 강화안’은 국민연금이 제안했는데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 변경안이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현재 27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이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 자격이 박탈된다.
정관 변경 안건은 특별의결 사항이기 때문에 출석 주주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한진칼 지분 가운데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28.93%다. 주주가 전부 출석했다고 가정하면 3분의 1인 33.33%에 근접하는 지분을 조 회장이 갖고 있어 일부 우호 지분만 확보하면 이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다. 석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일반 결의 사항이다.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박삼구 전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터라, 금호고속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지배구조가 흔들려 매각도 힘들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