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에 들어선 엘지사이언스파크. /LG 제공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사업 운영과 조직, 업무 방식 등 전방위에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전환)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 해외기업에 비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적용이 늦은편이다. 해외기업 중에서 대표적 제조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와 의류기업 아디다스, 자라 등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항공 엔진, 터빈 등 중후장대한 장비들을 대표적인 굴뚝산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GE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제조업 성장의 핵심”이라며 체질개선에 나섰고, 현재 전체 매출 가운데 약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가 디지털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뤘다고 평가받고 있다.
반면 한국기업의 경우 아직 도입단계에 그쳐있다. 지난해 한국IDC 조사에 따르면 국내 조직 중 41%가 조직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도입 단계 로 6%만이 최적화된 수준에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환경 개선은 15%만이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인력의 업무 역량을 증폭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AI),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 등을 도입하는 회사는 19%에 그쳤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품,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외부 생태계)의 파괴적인 변화에 적응하거나 이를 추진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일반 기업이 IT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삼성, LG, SK, 롯데 등 그룹사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를 중심으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시도가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SI 계열사의 기술을 통해 그룹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그룹사 운영 노하우를 통해 국내 B2B시장으로 사업범위를 넒혀가고 있다.
LG그룹의 SI기업인 LG CNS는 2023년까지 LG 전 그룹사의 IT시스템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90%이상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LG CNS에서는 시스템의 80~90%를 클라우드로 전환했으며, 다른 계열사도 차즘 전 시스템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활 예정이다. 현재는 전계열사가 9대 1로 비율로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로 구성돼 있지만 이를 퍼블릭으로 전환해 1대 9의 비율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LG 계열사 중에서는 LG화학의 경우 개발테스트 환경을 클라우드로 전환했으며, LG유플러스는 게임, 영상 등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LG생활건강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또한 회사는 지난 2017년부터 사무직의 디지털전환 및 업무 효율화를 위해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도입했다. 지난해에 표준솔루션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만들며 1년간 LG 계열사에 도입, 운영을 했다. 임은영 LGCNS RPA플랫폼팀 팀장은 "올해 계열사의 SC, 생산마케팅 등 전밸류 체인으로 확대 예정이며, 1월 기준 10개계열사에 적용했다"며 "사무직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RPA의 주 목적"이라고 말했다. RPA는 사람이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컴퓨터 작업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삼성SDS제공
삼성의 SI계열사 삼성SDS는 지난해부터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라는 비전을 발표하고,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크게 ▲지능형 엔터프라이즈 ▲지능형 공장(인텔리전트 팩토리) ▲클라우드 및 보안 ▲혁신기술 및 플랫폼(AI·블록체인·사물인터넷) 등 4개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제조, 금융, 공공, 리테일 등 업종별 특성에 맞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인텔리전트팩토리의 경우 AI기반 넥스플랜트 플랫폼을 통해 ▲설비 ▲공정 ▲검사 ▲자재물류 등 제조 4대 핵심영역에서 고객사의 인텔리전트팩토리를 실현 중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 계열사부터 자동차·철강·기계·화장품·음료 등 300개 기업에 적용돼 있으며 플랫폼 코어와 카탈로그 서비스가 연동돼 클라우드 기반에서 운영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능케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우선 헬스케어와 금융업종 간 융복합 사례로 의료기관·보험사·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과의 컨소시엄에서 구축한 블록체인 기반 `보험금 자동청구 시범 서비스`를 오는 8월 말 선보일 예정이다.
넥스레저, 하이퍼레저 패브릭, 이더리움 등 이기종 블록체인 네트워크간 '연결' 사례를 공유하며,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청, ABN·AMRO은행과 공동 개발한 '딜리버' 플랫폼도 최근 공개했다. 딜리버 플랫폼을 전 세계로 확대해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물류 정보망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의 SI계열사 SK C&C도 인공지능·클라우드·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을 통해 기존 제조업 생산성 높이기에 나섰다.
올 초 SK C&C는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산업 현장의 인사이트를 정확히 발견해내는 ‘아큐인사이트플러스 퍼블릭 데이터 분석 서비스’ 8종을 공개했다. 보안을 이유로 독립적인 클라우드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패키지 상품인 ‘클라우드 제트 엣지’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기술 ‘에이든(AIDEN)’을 활용해 제조업 품질관리 개선에도 기여했다.
아울러 2017년에는 업계 최초로 ‘제조분야 개념검증 센터’를 구축하고 특별한 정보통신기술이나 역량 없이도 누구나 SK C&C의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디지털 전환을 직접 수행하고 확인해 볼 수 있게 했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기업과 기관을 위해 ‘블록체인 코인 발행 및 관리 플랫폼’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하면 공동체 기반의 지역 화폐나 행사시 블록체인 이벤트 코인, 상품권 기반의 블록체인 코인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 내에 건립한 롯데중앙연구소 신축연구소 '롯데 R&D 센터'./롯데제공
롯데는 롯데지주 DT전략사무국과 롯데정보통신이 그룹 통합 보안관제플랫폼을 구축해 각종 위협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POS 시스템 등으로 모니터링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클라우드서비스 확대에 따라 데이터베이스 암호화와 접근통제를 강화하고 실시간 취약점 진단을 통해 사전 대비하기로 했다. 향후 양자암호, 블록체인 등을 접목할 계획이다.
또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 롯데백화점 공식 쇼핑몰인 엘롯데 등 롯데그룹 이커머스 사이트를 AWS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앞으로 롯데정보통신은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인 '엘클라우드'와 AWS 클라우드를 통해 DT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유통·화학부문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중심으로 2023년까지 5년간 총 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기술 지출비용은 1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년 1조1000억달러 보다 16.8% 증가한 수치다. 2016~2021년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은 17.9%로 높은 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며, 2021년에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지출은 2조1000억달러로 두배가 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가장 많은 투자 산업분야는 '이산제조'로 2140억달러이며, 다음으로 '전문서비스' 1330억달러, '공정제조' 1320억달러, '교통' 1270억달러 순이다. 5년동안 가장 빠른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투자 증가율(CAGR)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건설(32.1%), 리테일(21.9%), 헬스케어(21.7%) 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에 가장 많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투자 기술분야는 커넥티드서비스, IT서비스,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애플리케이션 영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