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답변을 하지 않겠다는 손짓을 하고 있다. /조선DB
2016년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재판과 법정구속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웠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로 구속 리스크를 벗어 던지면서 원롯데의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가 나오자 롯데지주는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많은 분들의 염려와 걱정을 겸허히 새기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7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대법원 선고에 롯데그룹의 미래가 달린만큼 그동안 좌불안석이었다. 끝나지 않은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보복 조치와 최근 반일감정으로 인한 롯데 불매 운동 등 국내외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의 부재가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수감 생활을 한 2018년 롯데의 투자는 크게 위축됐다. 약 10건의 대규모 국내외 인수합병(M&A) 계획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BU(비즈니스유닛)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했지만, 전문경영인이 갖고 있는 한계로 인해 대규모 투자 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신 회장 석방 이후 롯데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전 사업 부문에 걸쳐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에는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을 준공하면서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입했다.
롯데는 이번 대법원 선고로 안정적인 경영 기반이 조성된 만큼 '원롯데' 구성을 완성하기 위한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롯데홀딩스가 99%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호텔롯데의 국내 증시 상장은 독립적인 지주사 체제의 완성은 물론 '롯데=일본회사'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99% 이상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는 일본인 종업원·임원·관계사 등 일본인 지분율이 50%를 넘는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하나로 묶은 원롯데 체제를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투자 지분을 희석하고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호텔롯데 상장에는 일본롯데홀딩스 대표로 있는 신 회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이번 대법원 선고로 적극적으로 일본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일본의 경우 대표가 기소될 경우 해임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만큼 법적 리스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롯데는 지주사로써의 기반이 되는 호텔롯데 상장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최근 호텔롯데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라 할 수 있는 면세점 사업부문의 업황이 부진해 상장을 하기에 유리한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 방침은 확고하지만 투자자와 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해 가장 유리한 여건에서 상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최적의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 역시 지난해 2월 법정 구속된 이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석방된 이후 8개월이 지난 올해 6월 대표이사로 재선임 됐다.
이 같은 복잡한 지분구조로 인해 롯데는 최근 국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는 매출의 95%를 한국 시장에서 일으키고 있지만, 호텔롯데 최대주주가 일본롯데홀딩스라는 점, 유니클로와 아사히 등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