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한화·LS서 3·4세 승진…총수 작고 후 아들에게 경영권 넘어간 사례 대부분
주요 그룹 일제히 3·4세 전면에 내세우고, 후속 인사로 젊은 경영진 교체
허창수 회장(왼쪽), 허태수 신임 GS그룹 회장/GS 제공.
연말 인사시즌을 맞아 주요 그룹들이 본격적인 '세대교체'로 총수일가 3·4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국면이다. 수년간 회사를 이끌던 회장, 대표이사 등이 스스로 물러나고 창업주 3·4세대와 젊은 임원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시기가 예전에 비해 앞당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예전만 해도 총수가 병상에 들거나 갑작스런 작고를 하지 않는 한 경영권을 물려주는 사례는 드물었다. 현재도 LG와 한진 등은 총수의 갑작스런 작고로 경영권이 넘어간 케이스다. 또한 병상에 들거나, 총수가 경영을 검토할 힘만 있더라도 경영권에서 손을 떼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롯데그룹도 신격호 회장의 빈자리가 ‘형제의 난’을 통해 4년간 시간을 끌다 올해 들어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재벌 총수가 건강할 때 경영권을 넘기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위 ‘경영권’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3일 재계 고위 관계자는 “예전만해도 재계 총수가 지푸라기 잡을 힘만 있더라도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일이 없었다”며 “총수가 건재한데 언론에서 ‘경영승계’ 한다는 단어 자체가 불편하고, 금기시 되는 단어일 정도로 자력으로 경영권을 물려주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재계 8위 GS그룹의 허창수(71) 회장이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룹 회장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며 용퇴를 선포했다.
후임 회장은 허 회장의 막냇동생인 허태수(62) GS홈쇼핑 부회장을 낙점했다. 그룹 전반에 IT기업의 혁신 문화를 전파한 디지털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40) GS건설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말에는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50)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도 '3세 경영'에 시동이 걸렸다. 전날 발표된 인사에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6)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지 4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태양광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면서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내년 1월 출범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의 합병법인인 한화솔루션(가칭)의 전략부문장을 맡는다. 태양광을 비롯해 석유화학, 소재까지 아우르는 그룹의 핵심 사업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재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의 화학 계열사 전반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계열사를, 삼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건설·리조트 부문을 이끄는 후계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상무는 이번에 승진하지 않았지만,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로서 회사의 미래 전략 수립을 지휘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폭행 사건 이후 경영에서 물러나 개인 사업을 하는 김동선 전 팀장의 복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LS그룹 3세들이 모두 승진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 구본규 LS엠트론 전무가 부사장으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 구동휘 ㈜LS밸류매니지먼트부문장(상무)는 전무로,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장남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이사는 상무로 승진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배치됐다./한화 제공.
지난해 6월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갑작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진 LG그룹과 마찬가지로 지난 4월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진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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