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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현대‧기아차 '미래 모빌리티' 세상 VR로 혁신…제작비+시간 절약

임상재 기자 ㅣ limsaja@chosun.com
등록 2019.12.18 09:10 / 수정 2019.12.18 10:01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 구축…'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확인
세계 최대 규모 VR 디자인 품평장… 최대 20명 동시 평가 가능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다품종, 고효율 차량 개발 가속"

현대‧기아차 관계자가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개발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임상재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개발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18일 밝혔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가동에 앞서 지난 17일 오전 현대·기아차 관계자의 안내로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아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중 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직접 체험해봤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환경 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작업방식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도 있고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7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하고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준비해왔다.



◆ 세계 최대 규모 VR 디자인 품평장… 최대 20명이 동시 평가 가능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150억원을 투자해 가상의 공간에서 디자인 품질과 감성을 평가할 수 있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을 구축했다.


VR 품평장은 VR기기를 착용하고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로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동차 안에 들어가 실제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실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도 있다.


가로세로 20m크기의 VR 디자인 품평장 천장에는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설치돼 있어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지해 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10월 공개한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는 바로 이곳에서 이뤄졌다.


실제 가상현실(VR) 속에 등장한 현대‧기아차 수소 전용 대형트럭 '넵튠'은 외관은 물론 타이어 트레드 굴곡까지 실물의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트레일러 콘셉트로 장식된 내부는 주방과 침실까지 꾸며져 있었고 수도꼭지를 돌리면 바로 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현실감이 느껴졌다.


VR 품평장은 VR기기를 착용하고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로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지난 10월 공개된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는 바로 이곳에서 이뤄졌다. /사진=임상재 기자

현대·기아차는 이번 최첨단 VR 시설 도입으로 선행 디자인 모델을 일일이 실물로 제작하는 자원 소모를 줄이고 창의력이 발휘된 다양한 VR 디자인을 풍부하게 만든 뒤 최적화 과정을 거쳐 고객들에게 가장 가치가 높은 디자인의 차량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양산차 디자인을 선정하기 위해 재질, 색상 등을 실제로 구현한 모델을 일일이 제작해야 했던 과정도 대부분 생략하게 됨으로써 차량 제작의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현대차·기아차 디자인 부문은 조만간 유럽디자인센터, 미국디자인센터, 중국디자인센터, 인도디자인센터 등과 협업해 전세계의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가상 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디자인 평가에 참여하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가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임상재 기자

◆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 구축…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확인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6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그동안 시범 운영해왔다.


이 시스템은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한다.


이 시스템은 정확한 설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기존에도 디지털 차량 평가는 일부 진행됐지만 큰 화면을 통해 2D 환경에서 주행 화면을 보는 것에 불과해 실제 차량의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신규 구축된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자동차 운행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해 부품 간의 적합성이나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 평가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남양기술연구소 주행 검증 담당 연구자가 VR장비를 쓰로 가상주행을 하고 있다./사진=임상재 기자

VR 장비를 착용한 연구원들은 이 가상의 디지털 자동차를 직접 운행할 수 있고 컨트롤러로 운행 중인 차량을 마음대로 절개해 ‘보이지 않는’ 엔진의 움직임이나 부품의 작동 상황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고속도로, 경사로, 터널 등 다양한 가상 환경 주행을 통한 안전성 ▲도어, 트렁크, 후드, 와이퍼 등 각 부품의 작동 상태 ▲운전석의 공간감 및 시야 확인 ▲연료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차량 내외부 공력테스트 ▲조작 편의성에 대한 가상 검증이 가능하다.


주행 검증 담당 연구원은 "VR장비를 쓰고 작업 하는 것에 많이 익숙해졌고 1시간 이상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며 "실무진뿐만 아니라 검증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VR기기를 사용하는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설계부문은 추후 생산·조립 라인 설계에도 VR을 도입해 조립성을 검증함으로써 보다 인체공학적이고 효율적인 조립 라인 및 작업 환경을 설계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바디담당 양희원 전무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임상재 기자

◆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다품종, 고효율 차량 개발 가속"


현대차·기아차는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차량 개발 모든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도입함으로써 자동차 품질 향상은 물론 비용도 절감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신규 개발 자동차의 콘셉트를 설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부문의 데이터를 통합해 가상의 차량 모델을 구성하고 설계에 들어가기 전 이를 검증할 수 있다.


또한 버추얼 차량 검증을 통해 실물 시험차 생산 후 집중됐던 품질 검증을 선행개발 단계부터 시작해 이후 디자인과 설계 단계, 시작차 제작 단계, 제조 및 조립 단계 등 연구개발 프로세스 전 과정에 반복해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품질은 좋아질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초기 단계 가상 검증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자동차 시장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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