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마라라고 합의' 무용론(無用論)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5.05.09 19:15 / 수정 2025.05.09 19:21

지난 4월28일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미시간주에서 열린 취임 기념 유세 사진을 게재했다(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SNS 공식 계정)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36조달러로 2025 회계연도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 달한다.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의회예산국(CBO)은 2029년도에 이 비율이 1946년의 최고치 106%를 초과할 것이며, 2035년도경에는 1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연간 이자는 작년 대비 8% 증가한 9520억달러가 예상된다. 2024년과 2023년 2년에 걸쳐 각각 20%대로 늘어난 후 증가폭은 계속 커지고 있다. 2025년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1조9000억달러로 GDP의 6.2%에 달하고 내년도에는 그 비율이 7.3%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재무장관 베센트는 최근 자국의 부채 상황에 대해 이례적으로 "정부 예산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으며, 부채 한도를 버틸 수 있는 여력이 곧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만 매체 동삼신문(東森新聞)은 지난 7일 미국의 부채 위기에 대해 보도하며 이로 인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높은 이자율로 인해 미국 정부의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고, 최근 5개월 동안의 이자 지급액만 약 5000억 달러(약 72조 원)에 달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가 부채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경제계 전체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채 위기 해결책으로 각국에 달러 약세를 요구하는 '마라라고 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라라고 합의'는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빗대어 만든 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자택인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이름을 따왔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무역 정책 구상을 의미하며 미국 달러가치를 약세로 유도하고,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고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1985년 무역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에 달러화 절하를 요구했다. 그 결과 일본에선 일시적 부동산 버블이 일어났지만,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으로 버블이 붕괴돼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뼈아픈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동삼신문은 "미국이 '플라자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마라라고 합의'를 통해 각국에 달러 약세를 촉구할 경우 주요 타깃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과거 일본과 상황이 다르고 국제적인 환경도 많이 변했기 때문에 1985년 당시 일본을 때린 것처럼 중국을 흔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달러는 연초 이후 8% 하락하는 등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이외 주요국 통화는 강해지고 있다. 대만 달러의 경우 5월초 연휴 동안 미국 달러 대비 10%나 올랐다. 지난 5일 대만달러화 거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다. 원달러도 1400원을 하회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주요 원인은 관세 전쟁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매입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유럽·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확대되고 있고 세계는 지금 달러 이외의 새로운 안전자산을 찾고있다. 따라서 대만 동삼신문이 우려하고 있는 '마라라고 합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강압적 합의 없이도 이미 그가 원하는 유사한 현상이 글로벌 자산 시장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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