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안과 홍서연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안과 홍서연 교수
우리는 오감 중 시각을 통해 외부 세계로부터 얻는 정보의 80~90%를 받아들인다. 눈은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며 일상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감각 기관이며, 그 기능은 삶의 질 전반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눈 건강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정기적 안과 검진의 필요성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2024 아태지역 눈 건강 인식 및 관리 현황 조사(APAC Vision Health Survey 2024)’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8개국 약 4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응답자 약 500명 중 97.4%가 눈 건강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연 1회 이상 정기적 안과 검진을 받는 비율은 22.7%에 불과했다. 또한 대한안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생애 한 번도 안과 검진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같은 대표적인 실명 질환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없을 수 있고, 자각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눈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노화에 따라 황반, 시신경 등 눈의 주요 조직들이 점차 손상될 수 있고,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같은 주요 실명 질환들은 진행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한 번의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변화 가능성이 있어, 평생에 걸친 주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수적이다.
황반변성이란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 부위의 이상으로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60세 이상 인구에서 약 10명 중 1명은 건성 황반변성을, 약 100명 중 1명은 습성 황반변성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현재로서 적극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중등도 이상이거나 질환의 진행 위험성이 높은 경우 루테인, 지아잔틴, 비타민 C, E, 아연, 구리가 포함된 눈 영양제 복용이 진행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안구 내 약물 주사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치료를 시행한다. 황반변성은 나이에 따라 진행할 수 있고, 건성에서 습성으로 이행될 수 있다. 비록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를 시작하면 시기능이 보존되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기적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당뇨병 환자의 30~50%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그중 약 10%는 시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게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과 신생혈관이 발생한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나뉘며, 초기에는 증상이 없을 수 있으나, 병이 진행되면 황반부종, 신생혈관으로 인한 출혈, 망막박리 등 비가역적 시력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1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 후 5년 이내에, 2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과 동시에 안과 검진을 시행하여야 하고, 첫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이 권유된다. 질환의 초기에는 혈당 조절과 전신 건강 상태 관리가 핵심이나, 진행 시 레이저 치료나 안구 내 주사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심각한 합병증 발생 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자각 증상이 있을 때는 이미 질환이 진행된 상태일 확률이 높고,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를 시행하는 때도 있어, 정기적 안과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필수적이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이나 혈류 장애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대부분은 뚜렷한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며,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 저하를 자각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 높은 안압은 녹내장 발생과 관련된 여러 인자 중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요인이며, 이 외에도 만 40세 이상, 녹내장 가족력, 근시 등의 굴절 이상, 고혈압, 당뇨병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녹내장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안압이 정상인 정상안압녹내장이 많아, 단순한 안압 측정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안압 측정 외에도, 안저 검사, 안구 광학 단층촬영, 시야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포함한 안과적 검진이 필요하며,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되지 않으므로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시작하여 질환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시력 검사는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된 안과적 검사로, 눈 건강의 이상 여부를 선별하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검사다. 하지만 시력 검사만으로는 눈의 구조적 이상이나 주요 실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시력이 유지되고 있더라도 망막이나 시신경에는 변화가 진행 중일 수 있기 때문에, 다각적 검사를 통한 안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안저 촬영은 수 초 이내에 비침습적으로 안구 내부의 망막과 시신경을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검사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같은 주요 실명 질환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을 정기적인 안저 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또한 안구 광학 단층촬영은 눈 내부의 단층 구조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안저 촬영에서 황반 및 시신경 이상이 발견된 경우 안구 광학 단층촬영 검사를 병행하면, 미세한 변화를 확인함으로써 다양한 안과적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진행 속도 및 예후까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안압 측정은 녹내장의 진단과 추적 관찰에 매우 중요한 검사다. 안압이 높으면 녹내장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진행 속도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압 측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가 검사 도구로는 암슬러 격자가 있다. 반드시 한쪽 눈씩 가리고 격자무늬를 보며, 선이 휘거나 끊어져 보이거나 중심에 암점이 나타나는지 등을 확인해 황반의 이상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황반변성 진행 고위험군에서는 자가 암슬러 격자 검사를 통해 일상에서 조기 이상을 감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듯이, 눈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기관이며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같이 실명을 야기할 수 있는 주요 질환들은 초기에 증상이 없거나 경미할 수 있어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또한 이들 질환은 진행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한 번의 검진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이후의 변화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시력 검사뿐 아니라 다각적 검사를 포함한 안과 검진을 시행 받을 것을 권장한다. 눈 건강 및 시력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으로 꾸준한 안과 검진을 통해 변화 추이를 관찰하고 관리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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