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시진핑 권력의 위기를 보여주는 조짐들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5.06.17 18:05 / 수정 2025.06.17 18:07

일본 산케이신문 영자지 '재팬포워드'는 지난 8일 '중국 리더십의 불확실성과 고조되는 사회적 긴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국내외 여러 매체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의 권력 위기설을 다루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의 영자지 '재팬포워드'는 지난 8일 '중국 리더십의 불확실성과 고조되는 사회적 긴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진핑 위기설을 뒷받침하는 징후 몇가지를 소개했다.

첫째는 시진핑의 두문불출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번 달 3일까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보름에 가까운 잠행은 권력이 바뀔 때 공산당이 보여주는 패턴 가운데 하나라고 신문은 전했다.

두번째는 중국 관영 매체의 태도 변화다. 인민일보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일 연속 시 주석에 대한 기사를 싣지 않았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는 지난달 30일 "공권력은 인민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며 시 주석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세번째는 시 주석 측근의 갑작스러운 사망이다. 지난 2일 중국 매체들은 "쉬치량(許其亮)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조깅을 하다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쉬 부주석은 군 개혁 작업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군권을 장악하는데 기여한 인물이다.

네번째는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30일 강경파로 알려진 홍콩 주재 연락사무소장 정옌슝(鄭雁雄)을 경질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후계자로 거론되는 개혁 성향의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관련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팬포워드 이외에도 반중 성향 미국 매체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13일 인민일보가 10일자 1면에 시 주석에 대한 언급 없이 ‘국가가 더 개방돼야 우리는 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것에 대해 "인민일보가 이례적으로 시진핑이 강조해 온 폐쇄적 통제 강화와 자력갱생 노선에 반하는  논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사평론가 차이센쿤(蔡慎坤)은 지난 5월 "시진핑 주석이 8월로 예정돼 있는 공산당 제4차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4중전회)를 앞두고 퇴임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Vision Times는 지난주 “사실상 개혁 성향의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후계자로 정해졌으며, 시 주석의 퇴진은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시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인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양국 국민의 우호적 감정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협력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자고 합의했다.

시 주석은 16일 현재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18일까지 열리는 제2회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다. 미국 등 서방 주요 7개국(G7)이 캐나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발이 묶어 있는 동안 시 주석은 러시아의 앞마당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을 대상으로 정상회담에 나서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조야는 워낙 두터운 베일에 가려져 있고 보안이 철저해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최근 나도는 시진핑 권력 위기설 또한 '외부 논평자'나 '익명의 소식통'에 의한 것이어서 근거와 신빙성이 매우 약하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 붕괴 및 미중 무역 전쟁으로 흉흉해진 민심과 최근 잦아진 중국 인민해방군 주요 인사들의 낙마 또는 사망 소식이 시진핑 실각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 주석이 오는 8월 개최 예정인 4중전회까지 건재하다면 우리는 올 가을 경주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