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서울 시내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뉴스1
CJ대한통운이 7월부터 '주 7일 배송'을 전국적으로 확대한 가운데,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가 일주일 새 무려 3명이나 사망하면서 노조가 규탄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최근 최고 기온 38도~40도를 기록한 역대급 폭염 속에 외부에서 장기간 노동에 따른 온열질환에 노출된 영향이란 지적이다.
10일 한국노총은 택배산업본부는 “예견된 비극, 그리고 간절한 외침”이라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7월 초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3명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노동하다 사망했다"며 "냉방용품도 제대로 비치돼 있지 않고 식수 및 휴게시설도 마련되지 않은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택배사업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 4일 CJ대한통운 인천남Sub 인천남구 도화집배점장 겸 택배기사가 분류 작업 참여 후 본인 차량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사망했다. 이어 7일엔 CJ대한통운 강남Sub 서울역삼중앙집배점 택배기사가 분류작업 참여 후 휴식 중 쓰러져 이송 후 병원에서 사망했다. 8일엔 CJ대한통운 포천Sub 연천집배점 택배기사가택배노동 후 집에서 휴식 중 사망했다.
한국노총은 사망 원인에 대해 "CJ대한통운을 비롯한 일부 택배사들이 전국적으로 주7일 배송을 확대하면서도 아직도 추가인력을 단 한명도 배치하지 않고, 택배기사들을 분류작업에서 완전 배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인력 투입 없는 주 7일 배송은 택배 노동자는 죽이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택배사업자들은 조합의 절규를 외면하였고 그 결과 불과 며칠만에 동료들이 쓰러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직스 등 주요 택배 사업자는 택배기사의 기본 작업범위에서 분류작업을 배제하는 데 합의했다. 한진과 롯데는 기존 분류 인력 외에 1000명의 추가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CJ대한통운은 1000명의 추가분류 인력에 상응하는 노무 또는 비용을 투입키로 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한진과 롯데는 합의에 따라 분류인력을 본사에서 직접 투입하지만, CJ대한통운은 노무 또는 비용을 투입하기로 합의한 뒤 이에 대한 책임을 CJ대한통운과 계약을 체결한 집매점에 전가했다"며 "한진과 롯데도 초장기 분류 인원을 본사가 직접 투입했지만, 현재는 CJ대한통운과 마찬가지로 집배점에게 분류수수료를 지급하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주 7일 배송 서비스 자체의 문제가 아닌, 배송 사업자의 인력 충원이 부족하고 쉴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탓이란 것이 한국노총의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쿠팡과 컬리는 이미 주7일 배송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충분한 인력 충원과 백업시스템을 통해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호하고 노동자들의 근무를 주 5~6일로 제한하고 있다"며 "특히 쿠팡로지스틱스(CLS)의 경우 대리점 계약 시 백업 기사 확보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택배노동자 휴가 시 직영 인력을 대체 근무로 지원해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CLS는 수천 명의 분류 전담 인력을 직고용해 택배 기사의 물류 부담을 줄이고 있다"며 "이처럼 택배 사업자의 의지만 있다면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고 충분히 주 7일 배송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택배노동자의 분류작업의 완전배제 △추가인력 투입없는 주7일배송 즉각중단 △택배기사과로사 방지 사회적합의 성실이행 등 책임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동계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 산업현장에서 잇따른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차단 행위가 참사를 불렀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8일 성명문을 통해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더위도 재해이며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정부와 사업주의 안일한 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