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회복 '승부수' 전망…기술확보·인재영입 주목
압축성장 위한 초대형 M&A 가능성도…재계 "긍정적 영향 가져올 것"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월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회동 등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리하게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냈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사라진 만큼 미래 성장전략과 조직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확정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10년, 2020년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다.
앞으로 관전포인트는 삼성의 변화다. 최근 삼성은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은 물론, 신성장동력 발굴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는다. 재계 등에서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삼성이 변화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조기 인사를 통한 대대적 조직 재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먼저 반도체 사업이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은 물론, 세계 1등을 자부했던 D램 메모리의 기술 리더십이 약화되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HBM의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1년 넘게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이 기술 확보와 인재 영입은 물론 영업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까지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삼은 파운드리 사업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분기마다 조단위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 사업은 2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7.7%에 머물렀다. 선두인 대만 TSMC(67.6%)와는 비교가 어러운 수준이고 중국 SMIC(6%)와의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선단공정 기술 안정화에 집중하면서 고객사 신뢰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에 큰 공을 들여온 만큼 프로세스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1위를 지켜온 스마트폰, TV 사업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신사업 발굴을 위한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삼성전자는 세 차례 M&A를 성사시켰지만, 압축성장을 위한 초대형 M&A는 없었다. 재계에서는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이재용 회장이 M&A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재계는 이 회장의 무죄 확정을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 리스크 해소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판결은 삼성그룹이 첨단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 글로벌 통상 갈등, 첨단산업 패권 경쟁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전략적 투자·개발과 신속한 의사결정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