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딥시크에 이은 '키미 K2'...中 AI 굴기의 힘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5.07.23 16:29

중국 국가항천국(CNSA)는 지난 6월14일 고비 사막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지구물리 관측 전용 위성 '장헝 1B'을 발사했다(출처 CNSA)

최근 중국이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키미(Kimi) K2’가 화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는 키미 K2의 성능 평가 결과 작문의 독창성과 진정성을 평가하는 '크리에이티브 라이팅 vs 벤치마크' 항목에서 AI 모델 중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딩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는데 단 한 번의 시도로 53.7%(GPT 44.7%, 딥시크 46.9%)의 과제를 해결했다. 수학 문제 풀이에서도 97.4%의 정답률를 보여 구글 제미나이 2.5프로 95.2%, 앤트로픽의 클로드 3.7 소넷 96.2%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에서 딥시크에 이어 6개월 만에 고성능 AI 모델이 출시된 것은 최근 중국의 AI 혁신이 한 차례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 흐름에 있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이 미국 주도의 기술패권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면서,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전체주의 체제에서도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체주의 체제는 창의성과 다양성 부재로 인해 혁신에 취약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중국은 예외일까? 중국이 AI·로봇·우주산업 등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일부 영역에선 추월 조짐을 보일 수 있는 원동력은 단순히 '창의성의 승리'라기보다 구조적 역량의 총동원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의 가장 큰 무기는 국가 주도의 전략적 집중이다. AI, 로봇, 우주산업은 '중국제조 2025'나 '기술굴기' 전략 아래 정부의 직접적 지휘와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는다. 장기적 목표 하에 수백 개의 국유 및 민간 기업, 대학, 군사 기관이 수직적으로 연계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전’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데이터 수집의 자유로움 역시 중국 기술 진보의 핵심 동력이다. 14억 인구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감시망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이슈로 규제가 심한 서방과 달리, 얼굴인식·자율주행·의료AI 분야에서 중국은 실험과 상용화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인재 공급 측면에서도 중국은 압도적이다. 매년 수십만 명의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전공자를 배출하고, 미국·유럽에서 유학한 AI 전문가들이 귀국해 핵심 기술을 이끈다. ‘천인계획’ 등 고급인력 유치 전략도 이미 10년 넘게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런 성과가 장기적으로 창의력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초과학, 윤리, 예술적 감수성 등이 결합된 혁신의 깊이에서는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유리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당장의 기술 상용화와 응용에서는 중국의 체제적 장점이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임은 부인할 수 없다.

국가의 첨단 기술 수준이 곧 안보 수준을 나타내는 작금의 시대에 기술 혁신을 위한 정부 지원은 필수다. 시장에만 맡겨서는 중국 체제의 효율성을 따라 갈 수 없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5조1800억원을 들여 대만 TSMC를 유치했다. 미국은 국내에서 생산·조립을 하는 전기차, 배터리, 청정에너지 기업에 한해 보조금을 풀어 세계 첨단 기술을 유치하고 있다.

한때 글로벌 IT강국으로 명성을 날렸던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AI, 로봇, 자율주행 등 차세대 첨단 산업 대부분이 자금난과 규제 탓에 세계 선두 그룹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키운 것은 고급 인재들의 혁신을 향한 부단한 노력과 이로 인해 태어난 첨단 기술이다. 정부는 이 혁신의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암 덩어리 같은 규제를 타파하고 적재적소에 마중물과 같은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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