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안재원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안재원 교수
날로 발전하는 건강검진의 보편화로, 갑상선암이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유두암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진행이 매우 느리고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합니다. 암이라면 깜짝 놀라 당장 수술을 생각하곤 하지만, 오랜 기간에도 별 변화가 없어 반드시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 관찰(Active Surveillance)’이라는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방치’가 아니라, 정기적인 초음파와 혈액검사 등을 통해 암의 진행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는 방식입니다. 일정 기간마다 종양의 크기와 모양, 림프절 상태 등을 체크하며 변화가 없으면 그대로 관찰을 유지하고, 변화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수술을 고려합니다.
이 전략은 특히 다음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에게 적합합니다. 조직검사상 유두암으로 확진되었고, 종양의 크기가 1cm 이하이며, 림프절 전이나 갑상선 외 침범이 없고, 증상이 없으며, 정기적인 검진을 잘 받을 수 있는 경우입니다. 물론 환자가 고령이거나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큰 경우에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 도쿄대학에서는 20년 넘게 저위험 갑상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 관찰을 시행해 왔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종양은 수년간 변화 없이 유지되었으며, 실제로 수술이 필요했던 경우는 극히 일부였습니다. 즉각적인 수술을 시행한 환자들과 적극적 관찰을 해 온 환자를 비교해 볼 때 생존율이나 재발률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일본, 미국,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저위험 갑상선암의 치료 선택지로 ‘적극적 관찰’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암을 바라만 보는 이 방법이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장점은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갑상선 절제술은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지만, 성대신경 손상으로 인한 목소리 변화, 칼슘 조절 기능 이상,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부담, 수술 흉터 등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소가 간혹 동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젊은 환자나, 직업상 음성이나 외모가 중요한 사람들, 장기 복약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존적 접근이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극적 관찰이 정답은 아닙니다. 암이라는 단어 자체가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보는 것’에 대한 불안이 큰 경우에는 오히려 수술이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종양이 갑상선 피막에 가까이 있거나, 음성 변화, 삼킴 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당연히 초기 수술이 권장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환자의 상태와 더불어 환자 개인의 삶의 방식, 심리적 요인을 모두 고려한 맞춤형 치료의 선택이라 할 것입니다.
저위험 갑상선암은 일반적으로는 급하게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암입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서두른 수술이 삶의 질을 해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적극적 관찰’은 병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면서 필요할 때 정확히 개입하는 현대 의학의 지혜로운 전략일 수 있습니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면 먼저 질문해 보세요. “지금 꼭 수술이 필요한가요?”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해 보시길 바랍니다.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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