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차명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의 건 투표를 마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한 의혹이 일자 5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춘석 의원이 4일 보좌관 차모씨의 계좌로 네이버와 카카오페이 등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진에 찍혔고, 공교롭게도 팀네이버는 이날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AI 경쟁의 최전선을 도맡는 대표 기업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했다.
이어 5일 오후에는 네이버가 스페인 최대 소비자 간 거래(C2C) 플랫폼 기업 왈라팝을 인수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인수 금액은 3억7700만 유로(한화 6045여 억원)으로 왈라팝 지분 약 70.5%를 추가 확보하면서 지분 전량을 확보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스페인판 당근으로 왈라팝은 1900만명이 넘는 월 이용자 수(MAU)를 보유했으며 일상 생활용품에서 전자기기, 자동차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개인 간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선 유럽시장에 네이버가 진출할 교두보 역할을 할 대형 호재로 보고 있다.
이춘석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차명거래를 다급하게 해야 할 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네이버가 호재를 터트린 시점이 우연이라고 변명 하겠지만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몇명이나 될까? AI정책 육성을 맡은 사람이 관련 주식을 사들이고, 때마침 관련 기업에선 호재가 빵빵 터진 것이 오비이락(烏飛梨落) 일까.
휴대전화 미래에셋증권 거래 앱을 통해 네이버 등 주식 거래를 했다. 문제는 사진 속 계좌 주인의 이름이 ‘이춘석’이 아닌 보좌관 차씨였다. 차씨의 주식 계좌에 찍힌 보유 주식은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 등으로 평가 금액 총액이 1억원이 넘는다. 이런 사진이 찍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중에도 ‘국감장에서 주식 창을 들여다보는 국회의원’이란 사진이 찍혔는데, 당시 계좌 주인도 차씨였다.
같은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춘석 의원이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을 맡아 AI정책을 맡은 것과 포착된 사진 속 이춘석 의원의 거래 종목(네이버, LG CNS)이 AI 관련 종목인 점을 연결지어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다는 유력한 정황"이라며 "일종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라고 '선행 매매'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춘석 의원의 재산등록에서 발견되지 않은 자금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보좌관 명의를 빌린 추가 차명 계좌의 존재 가능성도 짚었다. 같은날 시민이 국민신문고에 이춘석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영등포경찰서에 배당됐다. 주식 계좌 명의자인 이춘석 의원의 보좌관 차아무개씨도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고발장을 접수한 시민은 고발장에 “비자금 조성 목적이 의심되는 이춘석 의원의 차명거래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해 ‘코스피 5000 시대를 만들겠다’고 제안하며 주가조작 등에 대해서 강하게 엄포했는데 정작 민주당의 AI정책 육성을 맡은 사람은 이 대통령을 비웃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사려된다.
이 대통령은 “통정매매나 가짜정보를 통한 주가조작 등 전통적인 시장 질서 훼손 행위부터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불법을 저질러서 돈을 벌 수 없고, 불법을 저질러서 돈을 벌면 몇 배로 물어내야 한다. 엄청난 형벌을 받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과태료, 벌금, 징역형 등 다양한 수단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날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패가망신한다는 본보기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2의, 제3의 불법거래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