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해시 푸둥지구
중국 최대 시총을 자랑하는 황제주 귀주모태(貴州茅臺 600519.SH) 주가가 최근 두 달간 2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2021년 최고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빠진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황제주 몰락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난 5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공무원 외식 금지 및 사치성 연회 제한 규정'을 지목하고 있다.
이 조치는 2013년 시진핑 집권 초기 도입된 반부패 지침을 강화한 것으로 공무원들의 외식 제한, 접대 금지, 출장 및 관용차 통제, 사적 모임 자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앙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지방 정부도 부지런히 행동지침을 만들고 있다.
산둥성 일부 공무원들은 세 명 이상이 모여 외식하는 것이 금지됐고, 안후이성 간부들은 사적 모임을 조심하고 상사나 부하 직원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광둥성 교사들은 ‘해외 방문은 가족 관련 목적에만 한정되며, 개인 여가 여행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공지를 받았다.
중국의 공공 부문 종사자는 약 4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점심과 저녁을 외부에서 해결하지 않거나, 단체 모임을 회피하게 되면 관련 업종 매출은 곤두박질친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분야는 외식업과 주류 산업이다.
후퉁리서치의 궈산 경제학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긴축 조치가 내수를 진작하려는 다른 정책들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소매 판매 증가율이 약 1%포인트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중국의 소매 판매 총액은 약 47조 위안 규모였다. 여기서 1%포인트 감소는 연간 4700억 위안(약 950억 달러) 규모의 소비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한국의 연간 백화점 매출 전체를 웃도는 수치로, 단일 정책의 파급력이 결코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소비 둔화가 연쇄적으로 투자 위축, 고용 감소, 소득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알프레드 우 교수는 “이번 캠페인은 경제에 해롭지만, 중국 정부는 정치적 안정과 청렴 이미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집권이래 지속적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당의 도덕적 정당성을 강조해 왔다.
문제는 정치적 명분을 앞세운 ‘공무원 외식 금지 캠페인’이 내수 진작이 절실한 현시점에서 기타 경기 부양 정책들과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중국 정부에겐 청렴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공무원 밥상 위의 사라진 한 끼가 국가 경제의 활력까지 삼켜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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