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강경진 교수(영상의학과)
치맥(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는 퇴근 후 스트레스 해소, 친구와의 가벼운 만남, 직장 내 회식, 스포츠 경기 응원에서까지 행복감을 높여주는 음식인 동시에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한국의 사회적, 문화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런 음식에 들어있는 입에 감치는 포화지방, 고탄수화물과 알코올은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과도한 지방은 간에 쌓이면 지방간이 생기고, 방치하면 염증이 생겨 지방간염으로 악화하고, 심하면 간경병증이나 간암으로 까지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럼, 내 간의 건강 상태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복부 초음파는 지방간을 진단하는데 가장 빠르고 간편하며 유용한 방법입니다.
지방은 정상적인 간 조직보다 초음파를 더 많이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 초음파 영상에서 회색빛으로 보이는 간에 비해 지방간은 마치 하얀 안개가 끼어 있는 것처럼 매우 밝게 나타납니다.
초음파에서 지방간의 정도는 인접한 장기인 콩팥과의 밝기 차이, 간 내 혈관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정도, 후방 음향감쇠로 인해 간의 깊은 부위가 명확히 관찰되지 않는 점등의 소견들을 종합하여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구분하게 됩니다.
초음파로는 지방의 침착 정도뿐만 아니라 간에 종양의 여부도 확인하게 되는데 지방간이 심하면 간 실질이 하얗게 변해 마치 안개가 짙게 낀 날 운전하는 것처럼 종양이 구분이 잘 안되고 간의 뒤쪽까지 초음파가 충분히 도달하기 어려워 종양을 발견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초음파에서 지방간이 발견되더라도 증상이 거의 없어서 가끔 느끼는 피곤을 ‘요즘 무리해서 그래’라던가,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기 때문에 ‘이 정도는 병도 아니지’, ‘약도 없는데 뭐’라며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지방간은 간만의 병이 아니라 전신 질환의 신호탄이며 대사증후군의 문턱에 서 있다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지방간이 있다면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같은 위험도 같이 안고 있는 것입니다. 의사들이 지방간 관리를 강조하는 것은 간 때문만이 아니라 간이 아닌 심장 때문에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간을 과음의 결과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인구의 증가로 인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전체 지방간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더 흔해졌습니다. 술을 안 마셔도 살이 찌거나 빵, 떡, 단 음료를 즐긴다면 지방간의 위험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방간을 간이 과부하가 걸려 쉬게 해달라고 보내는 신호라 여기고 술을 자제하고 생활 습관과 식생활 개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한 간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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