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에 참석한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 일본내각홍보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최근 '존립위기사태' 발언으로 중국의 핵심이익 '대만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이에 격노한 중국은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 한일령(限日令),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등의 조치로 반격을 가하고 있다.
자오추(趙楚) 상하이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22일 홍콩 매체 홍콩01에서 "최근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중일 갈등은 조만간 소강 상태에 빠지겠지만 아태 지역의 변화된 역학구조로 양국간 '모순'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일본에 대한 항의 수위가 매우 강경하지만 여전히 실질적 행동보다 '언어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며 "대만을 상대로 했을 때처럼 군사력을 직접적으로 과시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여전히 일본과 일정 수준의 정상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갈등이 더 이상 증폭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과거 30여 년간 양국은 동중국해 유전 개발 및 센카쿠(尖閣) 열도 영유권 갈등에서 서로의 압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았지만 갈등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이내 '퇴조기(退潮期)'로 접어드는 양상을 반복해 왔다.
강하게 충돌하더라도 완전 결별로는 치닫지 않는 긴장 상태가 상수(常數)처럼 유지돼 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다카이치 총리발 중일 갈등은 그동안 쌓아 온 양국의 '정치적 공통 기반' 즉, 양국 간 공유했던 최소한의 신뢰 기반을 상당 부분 무너뜨렸다.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린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는 일본이 최근 아태지역에서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이 담겨있다. 과거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중국의 국력은 최근 국제사회 영향력 면에서 일본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역내 역학 구조의 변화는 일본에게 '안보상의 우려'를 느끼게 하는 강한 요인이 됐다.
양국 군함의 상호 방문은 지난 수년간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며, 제도화된 고위급 채널 또한 멈춘 지 오래된 상황에서 양국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따라서 이번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 발언은 예상 밖의 돌출 행동이 아닌 지역내 변화된 역학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일본의 전략적 반응으로 봐야 하는 게 맞다.
자오추 부소장은 "아태 지역 전략 구조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일본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교류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미중 관계를 기반으로 삼아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이 오히려 지역 국가들에게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어 아태 지역 전체의 전략 구조가 안정적 균형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중일 간 신뢰의 균열도 더욱 깊어졌다는 얘기다.
현재의 중일 갈등이 설령 단기간에 수그러든다 해도 양국의 '부(負)의 상호작용'을 촉발하는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은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전쟁이 가능한)보통국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고, 중국은 초강대국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은 앞으로도 양국 관계에 상당한 전략적 난제와 충돌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자오 부소장은 주장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일본의 최대 시련이며 '중요한 이웃국가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역시 중국 외교에 있어 커다란 시험대"라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방식과 사고로는 중국과 일본의 긴장 관계를 해소할 수 없다. 아태 지역내 평화를 위해 양국의 새로운 외교적 모멘텀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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