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장 이학종 교수(영상의학과)
분당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이학종 교수
의료현장에서 오랜 세월 근무하면서 수많은 외국산 의료장비를 사용해 왔습니다. 레지던트 시절부터 이미 손에 익숙해진 외국산 의료장비를 사용하다가 문득문득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장비가 없는지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과 임상시험, 인허가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시장규모가 작은 한국시장만을 목표로는 막대한 소요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중에서도 바이오 헬스케어의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의료시장의 밸류체인에 따른 전문적인 분업화가 잘 되어 있고 바이오 헬스케어의 사이언스와 사업화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생태계가 매우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의료현장의 미충족수요 (unmet-needs)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확신만 줄 수 있다면 투자와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링을 통해 의료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전세계 유수의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이 미국시장을 목표로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매우 복잡하고 우리의 상식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사전에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제가 창업한 IMGT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볼 수 있으면 치료할 수 있다 (Seeing is Curing)’이라는 모토로 시작해서 회사 이름도 Image Guided Therapy의 앞 글자를 따서 IMGT라고 지었습니다. 영상유도하 치료라는 의미입니다. 교수창업이 흔치 않던 시절에 사업을 하겠다고 했더니 주변 지인들 대부분이 말렸습니다. 편하게 살지 뭣하러 생고생하려고 하느냐는 겁니다.
15년여간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인들이 우려하던 ‘생고생’도 실컷 했는데 이번에 FDA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습니다. 미국 시장을 주목하고 여기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집중하였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알게 된 미국 의료기기시장의 유용한 제도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혁신의료기기지정(Breakthrough Device Designation: BDD)은 선정조건이 다소 까다롭지만 일단 선정되면 FDA와의 상시 공식채널이 열리고 임상설계부터 보험시장진입까지 다양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TCET (Transitional Coverage for Emerging Technologies) 라는 신규 보험제도도 활용해야 합니다. 혁신적인 의료기기의 조기 시장진입을 보장해주기 위한 취지로 2024년부터 도입된 제도입니다. FDA 승인만 받는다고 병원에서 바로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마지막 허들로서 보험등재, 그것도 미국전역을 커버리지로 등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PT (Current Procedural Terminology) 코드를 임상 시작하자마자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CPT코드는 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관리하는 의료행위 코드체계입니다. 품목 승인 후 CPT3에 대한 지급 데이터를 근거로 정식 코드인 CPT1으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보험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제 주변의 많은 회사들이 잘 몰라서 혹은 알지만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서 좋은 제도를 활용하지 못합니다. 미국시장은 만만치 않지만 한국의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의료기기 기업들이 도전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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