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품고도 '재정 빨간불' DH...누가 벌고, 누가 떠안았나
자영업자 등골서 뺀 1조, 독일 본사 배불리기에 쓰여
전문가 "배민 위기 넘기려면 '진정한 한국 기업' 되어야"
배달노동자들이 지난 2022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뉴스1
"수수료 떼면 남는게 없어요. 시간이 갈 수록 더 막막해 지네요."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손꼽히던 배달의 민족이 소상공인 착취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뒤 수수료를 인상하며 모기업 배불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독과점 등 여러 논란을 뚫고 진행된 기업결합부터 마른수건 쥐어짜기 식의 수익모델까지 배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를 둔 성장전략을 고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민의 성장=자영업자의 눈물'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는 가운데 '디지틀조선TV'는 '독일의 민족'으로 변모한 배민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배달앱 논란 속 되짚어보는 배민-DH 기업결합
②배민–DH 기업결합, 중기부 장관의 발언은 적절했나
③자영업자 눈물로 '1조' 상납...배민의 민낯
④중개료·배달료·광고료 삼중고에 자영업자 ‘한숨’…우아한형제는 어떻게 '1조'를 배당했나
“배달의민족은 독일의 민족이 된지 오래됐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배달의민족을 겨냥해 던진 발언이다.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 이후 축적된 수익이 본사로 이전되면서 ‘한국 대표 배달앱’을 내세운 배달의민족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얼마를 벌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벌었느냐’는 일갈이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원들이 있다. /뉴스1
◇배달의민족은 어떻게 '게르만 민족'이 됐나
2019년 12월, DH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시아 배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산 DH는 배달의 민족의 기업가치를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했으며 역사상 최대 규모인 토종 인터넷기업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당시 국내 2, 3위 업체인 요기요와 배달통의 모회사였던 DH는 배달의민족과 함께 "독점의 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고, 이는 결국 공정위의 '불허 결정'을 막으며 국내 배달업계 전반을 장악하는 결정타가 됐다. 점유율이 과반이더라도 독점 폐해보다 효율적인 면이 커 '결합 불허'를 내리지 못한다는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20조원 가까이 추산되는 음식배달 시장이 통째로 독일에 넘어갔다는 사실에 반감을 드러냈다. '민족'이라는 단어를 내세웠음에도 국내 시장 및 자영업자들과의 상생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택했다는 이유였다. 경영이 분리됐더라도 업체 간 서비스 담합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자영업자와의 상생 ▲시장 투자 확대 ▲경영 독립성 유지를 약속하며 논란을 일축해왔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스1
◇독일도 넘어간 '1조'...韓 자영업자 주머니서 나왔다
배달의민족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의 행선지는 독일이었다. 지난 10월 공개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은 지난 2년간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독일 본사 DH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에는 영업이익 6998억원의 58.9%에 달하는 약 4127억 원을 배당금으로 송금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년간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올렸다. 배민1플러스의 수수료는 10.8%(부가가치세 포함)에 달한다. 국내 자영업자, 라이더, 그리고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2월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배달비 수수료 문제 진짜 끝장내자 농성행동 개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빨간불' 들어온 DH, 韓 자영업자 돈으로 극복할까
‘독일 회사’ 배달의민족이 국내 배달업계에 남긴 구조적 굴레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DH의 불안정한 재정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DH는 GMV(총상품거래액) 기준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글로벌 시장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해왔다. 실제로 DH의 순손실은 2020년 14억 유로(약 2조4300억 원)에서 2023년 23억 유로(약 3조9900억 원)로 급증했다.
여기에 악재도 겹쳤다. 지난 6월 DH는 경쟁사 글로보(Glovo)와 ‘반경쟁적 협조체계’를 구축해 EU 경쟁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유럽연합집행위원회로부터 3억2900만 유로(약 5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실적 부진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닥친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중남미 시장과 달리 안정적인 흑자를 내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DH 전체 적자를 메우는 사실상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DH의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배달의민족의 입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조명현 교수는 “현재는 배달의민족의 수익이 DH의 적자 상황을 메울 만큼 버텨줘도 추후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며 “DH가 자회사를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빨리 팔리는 배달의민족에게 손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를 위한 해결책으로 조 교수는 “배달의민족이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가지고 가려면 ‘진정한 한국 기업’이 되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처럼 국내 자영업자와 라이더들의 처우 개선도 일종의 투자다”라며 윈윈(Win-Win)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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