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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혁신에서 구태로④]중개료·배달료·광고료 삼중고에 자영업자 ‘한숨’…우아한형제는 어떻게 '1조'를 배당했나

정지은 기자 ㅣ jean@chosun.com
등록 2025.12.23 17:30 / 수정 2025.12.24 17:39

‘독일 본사 시스템’ 로드러너 도입, 고통받는 라이더들
부담만 커진 배민 굴레...소비자도 피해자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2월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배달비 수수료 문제 진짜 끝장내자 농성행동 개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수수료 떼면 남는게 없어요. 시간이 갈 수록 더 막막해 지네요."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손꼽히던 배달의 민족이 소상공인 착취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뒤 수수료를 인상하며 모기업 배불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독과점 등 여러 논란을 뚫고 진행된 기업결합부터 마른수건 쥐어짜기 식의 수익모델까지 배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를 둔 성장전략을 고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민의 성장=자영업자의 눈물'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는 가운데 '디지틀조선TV'는 '독일의 민족'으로 변모한 배민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배달앱 논란 속 되짚어보는 배민-DH 기업결합

②배민–DH 기업결합, 중기부 장관의 발언은 적절했나

③자영업자 피눈물로 '1조' 상납...'독일의 민족' 된 배민의 민낯

④중개료·배달료·광고료 삼중고에 자영업자 ‘한숨’…우아한형제는 어떻게 '1조'를 배당했나


배달비 장사가 시작됐고, 현장의 업주들은 무너졌다.


자영업자로 배달의민족을 오랫동안 이용해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공플협)’ 김준형 의장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음식값으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다. 4년 전, 그의 식당에서 2만2000원에 판매되던 메뉴는 현재 배달의민족이 내건 ‘무료 배달’ 서비스 아래 2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가격 인상으로 발생한 차익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어나는 부가 수수료를 감당하기 위해 음식값 인상을 택했지만, 실제로 얻는 마진은 오히려 10% 정도 줄어들었다. 

최근 1년간 배달의민족이 공지 및 약관 개정을 통해 변경한 주요 정책과 흐름을 분석한 자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제공.

◇ 중개료·배달료·광고료...서민 등골 뽑는 '배뮤다 트라이앵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던 ‘국내 대표’ 배달앱이 독일 본사로 보내는 1조원을 마련한 배경에는 업주들의 고통이 존재했다. 작년만 봐도 업주들이 주문을 받을 때 부과하는 중개 수수료는 9.8%를 기록했다.


이후 배달의민족은 ‘배민1 플러스' 요금제에 가입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배민 플랫폼 내 판매량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누어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상생안을 제시했고 당시 정부 주도하에 배달앱 4사와 협의단체가 모여 합의했다. 


자영업자들이 배달의민족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독점적 시장 구조에 있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배달 플랫폼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사용 습관 역시 고착돼 있다. 혜택, 결제 정보, 리뷰와 주문 이력 등이 한 플랫폼에 묶이면서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기 어려운 ‘락인(Lock-in) 효과’가 강하게 작동하기에 소비자도, 자영업자도 모두 배달의민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이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열린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배달의 민족 로드러너 강행 중단과 딜리버리 히어로 국부유출 저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점주만 불행할까...로드러너 시범 도입에 라이더도 ‘발칵’


‘갑’인 배달의민족에 의해 불공정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비단 업주만이 아니다. 배달의민족이 제시하는 배달 시스템 또한 출범 이후 줄곧 라이더들에게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배달 시스템 ‘배민커넥트’를 이용해온 라이더 A씨는 배달 기본요금 자체가 낮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건당 2000원 기준으로 5건을 뛰어야 겨우 1만 원을 번다”며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무리하게 운행하다 보니 사고 위험도 커진다”고 토로했다.


2025년 기준 한국 최저시급은 1만 30원이다. 어떤 때는 최저시급보다 못 벌 때도 있다는 A씨는 "거리, 일하고 있는 라이더 숫자, 날씨 영향, 혹은 시간대가 바뀌면서 요금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배달 1건 당 15~20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현재 기본요금으로 생계가 유지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은 DH가 개발한 라이더 전용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Roadrunner)’의 일부 지역 시범 도입 이후 악화됐다. 로드러너는 일부 배달 지역에서 라이더가 특정 시간대를 사전 예약하는 시스템으로 ▲시간당 배달 건수 ▲수락률 ▲운행 효율 등을 기준으로 라이더를 1~7등급으로 나누고 상위 등급에 유리한 스케줄을 배정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그 결과 업무 자율성이 사라진 라이더들은 짧은 휴식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로 현장을 뛰어야 한다.


이에 배달플랫폼노조는 지난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제도의 도입 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로드러너에 대해 “노동시간 결정권은 박탈하고 책임만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시스템”이라고 규정하며 “단순한 앱 개선이 아닌, 노동시간 통제강화를 동반한 구조적 전환"이라 강조했다. 또 배달노동자가 4대 보험이나 유급휴식 같은 기본적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상용직 노동자와 다름없는 의무만 부과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로드러너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DH는 2020년 요기요 운영 당시에도 동일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라이더와 점주들의 반발로 2021년 중단한 전례가 있다. 실패 사례가 있음에도 다시 이를 도입한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배당이 아닌 시스템 사용료 형태로 본사 이익을 이전하려는 포석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스1

◇ 결제하려고 봤더니 가격에 ‘헉’...소비자도 피해자


소비자는 계산서에 적힌 최종 금액만을 마주할 뿐, 그 뒤에 숨어 있는 구조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메뉴 가격 인상, 슈링크플레이션(가격 인상 대신 제품의 용량과 품질을 줄여 실질 가격을 올리는 현상), 서비스 항목의 유료 전환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했는지는 영수증에 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비자의 불만은 자영업자에게 향하고, 자영업자는 단골의 신뢰를 잃는 악순환에 빠진다.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 오히려 자영업자를 압박하는 구조로 변질된 셈이다.


플랫폼을 규제하지 못하면 업주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양을 줄이며, 결국 더 싼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김준형 의장은 이 싸움이 업주의 이익만을 위한 외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 3000만 명과 입점 업주 30만 명 모두가 결국 같은 소비자”라며 “더 많은 이익이 아니라, 적어도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만은 없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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