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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혁신에서 구태로②] 배민–DH 기업결합, 중기부 장관의 발언 적절했나

임윤서 기자 ㅣ yoonstop88@chosun.com
등록 2025.12.23 17:30

기업결합 심사 전후 이어진 박영선 前 장관의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 지지성 발언
장관의 사기업 대표 두둔성 발언 적절했나 논란, 결과는 고율수수료에 소상공인 '눈물'

우아한형제들·소셜미디어 사진 재구성

"수수료 떼면 남는게 없어요. 시간이 갈 수록 더 막막해 지네요."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손꼽히던 배달의 민족이 소상공인 착취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뒤 수수료를 인상하며 모기업 배불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독과점 등 여러 논란을 뚫고 진행된 기업결합부터 마른수건 쥐어짜기 식의 수익모델까지 배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를 둔 성장전략을 고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민의 성장=자영업자의 눈물'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는 가운데 '디지틀조선TV'는 '독일의 민족'으로 변모한 배민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배달앱 논란 속 되짚어보는 배민-DH 기업결합

②배민–DH 기업결합, 중기부 장관의 발언은 적절했나

③자영업자 눈물로 '1조' 상납...배민의 민낯

④중개료·배달료·광고료 삼중고에 자영업자 ‘한숨’…우아한형제는 어떻게 '1조'를 배당했나



◇ 박영선 前 중기부 장관 "김봉진 대표, 중개 수수료 인상 없을 것이라 약속"


2019년 말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은 국내 배달앱 시장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결합을 전후해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었던 박영선 전 장관이 내놓은 발언들이, 독립성을 전제로 한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12월 13일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는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던 우아한형제들과 매매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DH는 시장 2·3위를 차지하던 요기요와 배달통도 운영하고 있어, DH의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DH의 배달앱 시장 지배력 남용 가능성과 수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와중, 박 전 장관은 인수 발표 닷새 뒤인 2019년 12월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김봉진 대표가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발언을 했다. 이후 해가 바뀐 2020년까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업결합에 따른 독점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행보를 이어갔다.

◇중기부와 공정위, 역할의 경계는 지켜졌나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라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질서 유지를 책임지는 독립 행정기관이다.


그럼에도 공정위 판단 대상인 사안에 대해 중기부 장관이 특정 기업 대표와의 대화나 약속을 언급하며, 심사 이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인상을 준 것이 적절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기업결합 승인 여부는 공정위의 판단 사항이지만, 심사에 앞서 중기부 장관이 특정 기업 대표의 입장을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안심을 주는 듯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 공정위의 판단 과정이나 국민들에게 우호적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남긴다.


배달앱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수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확산됐고, 이 과정에서 나온 박 전 장관의 발언은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취지였을 뿐 직접적인 개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독립성이 요구되는 심사 절차를 앞두고 행정부 고위 인사가 특정 기업 대표의 ‘약속’을 전달하는 방식이 적절했는지, 그 약속이 현재 지켜지지 않아서 사회문제로 대두된 시점에서 정부 부처 장관의 사기업 대표 두둔성 발언이 허용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다시 짚어볼 문제다.

2021년 1월 6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페이스북 게시물 일부.

◇ 기업결합부터 출마 선언까지 이어진 박 전 장관–김 전 대표의 교류


한편, 박 전 장관과 김 전 대표의 교류는 기업결합 심사 이전은 물론, 인수 발표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이어졌다.


박 전 장관은 2019년말 방송에 출연해 김봉진 대표가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한 데 이어, 약 한 달 뒤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도 소상공인 측과 김 대표 간의 만남을 중재했다고 밝히며 수수료 인상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행보를 이어갔다.


2020년 3월에도 박 전 장관은 김 전 대표가 수수료 개편을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잘했다”고 평가한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같은 해 하반기에도 스타트업 행사에서 배달의민족과 소상공인 간 갈등의 해법을 제시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과 글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2021년 초에는 박 전 장관이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대표를 '무자본 창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을 10년 만에 기업가치 4조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가이자 경영자'로 평가하며, "한두 달 후면 독일 측 금융감독원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 결과가 나온다. 배달의민족이 궁극적으로 게르만 민족을 포용하는 그날을 기대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기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이 2021년 1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도 김 전 대표와의 소통은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서울시장 출마 후 같은 해 2월 김 전 대표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자, 박 전 장관은 이를 본인 소셜미디어에 '프로토콜 경제 실천의 기반 마련'으로 평가하며 공개적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냈다.


이처럼 박 전 장관의 공개 발언과 소셜미디어 게시물, 언론 인터뷰 등을 종합하면, 김 전 대표의 결정이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당시 수수료 인상이 될 것이 불 보 듯 뻔하다고 우려했던 소상공인과 식당 자영업자들의 눈쌀을 지푸리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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