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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혁신에서 구태로①] 배달앱 수수료 논란 속 배민-DH 기업결합 정당했나?

임윤서 기자 ㅣ yoonstop88@chosun.com
등록 2025.12.23 17:30 / 수정 2026.01.02 13:49

'동반 상승'은 없었다...2020년 공정위 판단을 돌아보다
'배민의 성장=자영업자의 눈물' 커지는 배민, 늘어난 자영업자 폐업
배민 규제 정치권 한목소리…배민·쿠팡이츠 겨냥한 특별법 소상공인 '눈물' 닦아주나

"수수료 떼면 남는게 없어요. 시간이 갈 수록 더 막막해 지네요."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손꼽히던 배달의 민족이 소상공인 착취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에서도 "배민과 쿠팡이츠는 혁신이 아닌 갈취 기업"이라고 정의 내릴 정도로 국민정서도 악화됐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뒤 수수료를 인상하며 모기업 배불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독과점 등 여러 논란을 뚫고 진행된 기업결합부터 마른수건 쥐어짜기 식의 수익모델까지 배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를 둔 성장전략을 고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민의 성장=자영업자의 눈물'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는 가운데 '디지틀조선TV'는 '독일의 민족'으로 변모한 배민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배달앱 수수료 논란 속 되짚어보는 배민-DH 기업결합 과정의 정당성

②배민–DH 기업결합,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의 발언은 적절했나?

③자영업자 눈물로 독일 모기업 '1조' 상납...배민의 민낯

④중개료·배달료·광고료 삼중고에 자영업자 ‘한숨’…우아한형제는 어떻게 '1조'를 배당했나


◇ 배달앱 지형을 바꾼 2019년 DH–배민 인수


배달앱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소상공인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과 함께, 특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강화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9년 말 발표돼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거쳐 2021년 3월 마무리된 우아한형제들과 독일계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 판단을 다시 짚어볼 필요성이 있다.


해당 결합은 2019년 12월 13일 독일계 글로벌 배달 플랫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국내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의결권 있는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인수 금액은 약 4조7000억 원으로, 당시 국내 인터넷 기업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이 사례는 한동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다. 2010년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김봉진 창업자는 전단지 중심이던 외식 배달 시장을 모바일 플랫폼 기반으로 전환시켰다. 외국계 기업인 DH가 운영하던 요기요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로 대표되는 국수적 색채의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며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해왔다.


이 같은 배경과 상징성을 지닌 우아한형제들과 DH의 기업결합은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기업결합 신고는 2019년 12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됐고, 공정위는 2020년 한 해 동안 심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12월 28일 요기요 지분 매각을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했다.


인수 이전 DH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통해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경쟁해 왔으나, 시장 점유율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래에셋대우가 2018년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음식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1%로, 요기요(35%)와 배달통(14%)을 합친 수치를 웃돌았다.

◇ 경쟁 제한 우려 속 ‘조건부 승인’ 선택한 공정위


이에 DH-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사실상 단일 사업자의 지배력이 형성되는 구조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약 1년간의 심사 끝에 2020년 12월 28일 딜리버리히어로 에스이(DH)가 우아한형제들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해당 결합이 음식점, 소비자, 배달원 등 배달앱 중개 서비스 다면시장의 이해관계자 전반에 경쟁 제한 우려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요기요 운영사 지분 전량 매각을 조건으로 결합을 허용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 경쟁 관계는 유지하되, DH와 우아한형제들 간 결합을 통해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이 결합되는 효과는 허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결정에 따라, DH는 요기요 운영사 지분 전량 매각을 조건으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추진했다. DH가 이러한 조건을 수용하고도 인수를 포기하지 않은 배경에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후 시장의 절대적 지배 사업자가 되고 나면 수수료 등을 충분히 올릴 수 있다는 포석이 깔렸을 것이라고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 공정위 기대와 다른 전개…배민만 성장하고 자영업자 폐업률은 올랐다


딜리버리히어로(DH)가 2019년 12월 공개한 투자자 설명자료(IR 자료)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는 40억 달러(약 36억 유로)로 제시됐다. 이는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4조6900억 원 수준이다. 해당 기업가치는 현금 및 부채를 제외한 기준(cash and debt free)으로 산정됐으며, 2019년 예상 거래액(GMV) 대비 약 0.6배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DH는 이 자료에서 우아한형제들을 한국 최대의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으로 평가하며, 이러한 사업 규모와 구조를 바탕으로 인수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다시 자사의 성장과 사업 확대에 재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DH는 요기요 운영사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그와 동시에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인수를 최종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 전개는 공정위가 기대했던 ‘동반 상승 효과’를 찾기 어려웠으며, 예상한 경쟁 유지 방향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요기요 매각이라는 조치가 이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제한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고, 급기야 현재 특별법까지 만들어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아 보려고 하고 있다. 특히 지방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소상공인들의 눈물은 표심과 직결될 것으로 보여, 시장 민심 달래기를 위해서라도 특별법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배달의민족의 실적은 고공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배달의민족은 2021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2년 흑자 전환 후 2022년 매출 2조9471억 원, 영업이익 4241억 원을 기록하면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2023년에는 매출 3조2155억 원, 영업이익 6998억 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매출 4조3226억 원, 영업이익 6408억 원을 기록하면서 거침없이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배달앱 ‘배달통’은 2021년 6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같은 해 10월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퍼미라, GS리테일 컨소시엄이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을 인수했지만, 배민의 성장세에 타이밍을 놓쳤다. 최근 이용자 지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스마트폰 이용자 중 52.7%(약 2700만 명)가 배달앱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배달의민족 이용자는 약 2238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소상공인들은 고율의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최대 상권 역할을 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을 탈출할 수 없는 노예로 전락했다고 읍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실이다.


◇ 다시 2019년으로…심사 개시는 타당했나


이 같은 흐름을 토대로 다시 2019년으로 시점을 돌려보면, 공정위가 우아한형제들과 독일계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 심사 개시 판단 자체가 타당했는지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배달의민족은 2·3위 사업자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브랜드 인지도와 이용자 데이터, 알고리즘 경쟁력 등 플랫폼의 핵심 자산은 단순한 사업 매각만으로 분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이는 이후 시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배달의민족이 2019년까지 형성해 온 상징성과 사회적 맥락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달의민족은 ‘민족’이라는 감성적 코드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왔고, 김봉진 전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언급돼 왔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김 전 대표를 ‘무자본 창업으로 우아한형제들을 10년 만에 기업가치 4조 원대 유니콘으로 성장시킨 창업가’라고 평가한 바 있으며, 김 전 대표는 이러한 상징성을 바탕으로 공무원 인력지원까지 받으며 2018년 이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을 맡아 혁신성장 옴부즈만 역할을 수행하는 등 공적 영역에서도 활동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내 배달 플랫폼을 대표하는 기업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인수를 둘러싼 기업결합 심사 개시가 적절했는지, 이를 심사 대상으로 받아들인 공정위의 판단 과정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이후 과정에서 배달의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던 인물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 전 대표는 인수 당시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지 않고 DH 신주를 장기간에 걸쳐 수령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이후 DH 글로벌 자문 이사회 멤버와 우아DH아시아 의장을 맡아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등 배달의민족의 정체성을 일정 부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2023년 2월 우아한형제들 대표직에서 사임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우아DH아시아 의장직에서도 물러나며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완전히 퇴장했다. 보유 주식도 대부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재구성.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2019년 당시 상황에 대해 “경쟁법 기준과 시장 구조를 놓고 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한 것 자체는 충분히 타당하고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심사 개시의 정당성’과 ‘최종 시정조치의 적절성’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공정위 내부 및 제출 자료 기준으로 보면, 합병이 이뤄질 경우 배달의민족 51%, 요기요·배달통 49%로 사실상 100%에 가까운 단일 사업자 구조가 형성된다”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제한 우려 신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1위 기업 인수가 아니라 1위와 2·3위 사업자가 결합하는 형태로, 수평결합 가운데서도 가장 강도가 높은 유형”이라며 “이 경우 심사 개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미 배달의민족이 과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왜 결합 심사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임 교수는 “경쟁법 관점에서는 성립하기 어렵다”며 “과반 사업자가 나머지 유력 경쟁자를 흡수하는 순간 경쟁 압력이 구조적으로 제거될 위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51%는 경쟁이 존재하는 상태지만, 합병 이후 구조는 경쟁이 구조적으로 제거되는 상태라는 점이 심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심사 개시 자체는 시장 구조상 의무적으로 이뤄져야 했고, 법적·경제적 기준은 물론 국제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최종 판단인 요기요 매각 조건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시장의 동태적 경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합병 이후 시장이 다시 과점 구조로 회귀했다”며 “심사를 시작한 것 자체는 올바르지만, 심사의 틀과 최종 처방이 최선이었는지는 별도의 논쟁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형식적 경쟁법 논리와 당시 제도 틀 안에서는 이해 가능한 선택이었지만, 플랫폼 시장의 특성과 실제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으로는 타당했으나 정책적으로는 아쉬움이 큰 결정”이라며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에 대해서는 찬반 논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당시 판단을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해당 기업결합은 일반적인 기업결합보다 훨씬 엄격한 검토가 요구됐던 사안이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배달의민족은 인수 심사 당시에도, 현재도 국내 배달 시장의 1등 플랫폼이다. 그렇기에 당시 기업결합 심사가 어떤 판단과 조건 위에서 이뤄졌는지를 되짚는 작업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수수료상한제와 특별법 마련 등에 대한 논란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기업결합 승인은 과거의 결정이지만, 그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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